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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인간 Aug 24. 2022

개학은 네가 했는데

내가 왜 피곤할까?

  아이들의 초등학교는 지난 금요일 개학했다. 제주의 학교들은 여름방학이 유난히 짧은데 특히 이번 방학은 23일로 더 짧았다. 그리고 이번 주부터는 정상수업이 시작되었다.


  '7:47'

  눈을 뜬 아침에 만난 첫 숫자. 아뿔싸! 7시라니! 7시 47분이라니!

  믿을 수 없니,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니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너무나 짧고 바쁜 아침 시간이다. 

  "얘들아, 어서 일어나. 7시 50분이야."

  오늘은 아침부터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이지만 큰 아이의 얼굴은 햇살이 밝은 듯 눈과 코를 찡그렸다. 

  "미안해. 엄마도 이제 일어났어. 한 숟가락이라도 먹고 가자!"

  내가 '엄마 딸'일 때는 아침밥 한 숟가락이 정말 귀찮고 싫었지만, 엄마가 되고 나니 나도 어떤 상황에서라도 밥 한 숟가락을 챙기는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이 되었다.


  아이들이 옷을 갈아입고 등교 준비를 하는 사이 두 세 숟가락이면 다 먹을 양을 밥그릇에 담고 냉장고에 있던 두부 크럼블 짜장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1분 30초 만에 아침 상이 차려졌다.

  


  

  레토르트 식품으로 너무 빨리 차려서 손맛이 부족했는지 식탁에 앉아 한 놈은 책을 읽고, 한 놈을 먼 산 보고 있다. 

  "빨리 밥 먹어!"

  단 다섯 글자로 제각각 펼쳐 놓은 세상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다시 식탁에 앉혔다.


  학교는 너희들이 다니는데 내가 왜 이렇게 피곤할까?

 

  이번 일주일(이라고 했지만 그래 봤자 월, 화, 오늘까지 3일 동안)의 일과를 보면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오전은 완벽한 나의 시간이다. 더구나 요 며칠은 약속도 잡지 않고 쉬는 중이다. 집에서 주로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커피를 마시며. 그리고 정오쯤 출근 준비를 하고 일터로 향한다. 저녁 7시 전후로 일터를 정리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8시 30분쯤 저녁을 먹고 9시부터는 식탁에 둘러앉아 아이들이 수학 문제집을 풀며 채점을 해준다. 밤 10시 30분이 되면 내일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양치를 하고 침대로 간다.


  출처를 찾을 수 없는 피곤함이다. '오늘은 더 일찍 자야지.'라고 다짐하는 수밖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잠도 덜 깨고 학교 갈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영양제라도 챙겨 먹여야겠다 싶어 공진단을 반으로 쪼개 식탁 위에 놓았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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