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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인간 Aug 25. 2022

사춘기 아들이 준 선물

아들이 쏘아 올린 작은 행복

  결론은 참 괜찮은, 충분한 아침을 보냈어요.

  덕분에.

  



  초등학생 두 아들의 2학기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힘들어요. 어제는 6시 30분에 울리는 알람을 끄고, 7시에 울리는 알람도 꺼서 등교하기 20분 전에 일어났지 뭐예요. 애들이 말고 제가 말이죠. 젊은 아이들에 비하면 변화가 적응하는 것도 시간이 더 필요하죠.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나아요. 무려 7시 20분에 눈을 뜨고 돼지고기를 볶으며 아침밥을 차렸어요.


  아이들이 밥을 먹는 동안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커피를 내리기 위해 물을 끓입니다. 수증기가 부엌 한편을 메우기 시작하면 컵에 각얼음을 가득 담은 후 드립백 하나를 꺼내 뜯어 컵 입구에 잘 겁니다. 이제 물만 부으면 향긋한 커피는 완성되지요.


  "엄마, 내가 오늘 커피 내려 줄까?"

  "응, 좋지!"


  끓인 물을 드립포트에 담아 초육이의 손이 맡겼어요.


  '졸졸졸졸'

  작은 물구멍에서 떨어진 물은 원두를 적시고, 필터를 통과해 얼음이 담긴 잔 속으로 떨어져요. 차가운 얼음이 녹으며 내는 소리는 지금의 풍경처럼 경쾌해요.


 와우!

사춘기 아들이 내려주는 커피는 더 맛있어요. 으르렁대며 사춘기를 보낼 줄 알았던 아이는 (아직까지는) '사랑스러워' 사춘기인가 싶을 정도로 살갑게 대해 줍니다. 학교에 다녀와서는 "친구들이 왜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라고 되묻는 날도 있고요.


  다만 순간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초육이에게도 어마어마한 질풍노도의 시기가  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조심 아니  조심을 해야  때에 이런 글을 써서 태세 전환의 기점이 될까 걱정이 되네요. 그래도 태어나 지금까지는 자랑하고 싶은 달콤한 아들이네요. 덕분에 커피향보다 더 진한 행복을 담은 하루을 보냈어요. 있는 그대로만 보는 걸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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