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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인간 Aug 26. 2022

아름다운 딱따구리를 보았습니다

희망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에 가을을 느낍니다. 기다릴 때는 더디 오더니 무심해지니 어느 순간 옆에 와있어요. 자연의 순리는 언제나 배울 점이 많아요.


  지난주에 읽은, 묘한 끌림이 있어 자꾸 보게 되는 책을 소개할게요.




그때 나는 여덟 살이었다.

방학 내내 공책에 하루 한 문장씩 일기를 썼다.

(...) 2학년으로 올라가는 조건이었다.


  폴란드의 여름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지금은 은퇴하신 미하우 스키빈스키 신부님께서 여덟 살 때 쓰신 한 줄 일기입니다.  80년 간 간직해 온 일기는 알라 반크로프트 작가의 유화와 함께 평범한 방학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1939.9.1.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세계 2차 대전의 시작이라는 역사적 기록도 담겨 있지요. 전쟁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종사인 아버지는 전사하셨어요. 어떤 이유든 신부님께서는 어린 시절의 일기장을 오랜 세월 품고 안고 계셨을 것 같아요.   




 

  한 줄 일기라 금방 읽어요. 사실 읽을 것도 없다는 반응도 있겠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참 많은 감정을 가진 책입니다. 크게는 지금 이 순간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이라는 사실 때문일 수도 있고, 작게는 얼마 전에 있었던 일 때문이기도 해요.



  "언니 어떻게 지내?"

  방학 동안은 바빠서 연락하지 못한 언니와 한 달만에 통화를 했어요.

  " 사실 아파. 암세포가 뼈로 전이가 되었다네.   정도 되었어..."

  

  전화를 끊고 '이제 위로하는 방법도 조금 성숙했어.'라며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 보았지만 일주일 간 잠을 못 잘 정도로 마음이 아팠던 게 사실입니다. 우리는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고 있고, 오랜 시간 육아동지와 인생의 친구로 함께 했으니 가족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왜!'라는 원망을 하늘에 보낼 수 밖에 없었어요.



  

 

  늦은 밤 귀뚜라미 우는 소리를 들으며 또 책을 펼쳤어요. 그리고 희망을 보았어요.


  "언니, 매 순간 긍정적인 언니가 그걸 찾을 힘을 잃은 것 같아 마음이 아팠어. 그러다 문득 언니가 그림을 다시 그리면 어떨까 생각났어. 언니가 보통의 일상을 그리고 내가 글을 쓸게. 무엇인가 꾸준히 한다는 것은 또 다른 단계로 삶을 이어주더라고."


  우리들의 첫째 아이가 1학년일 때 언니가 그린 새 그림을 본 적이 있어요. 연필과 수채색연필로 그린 세밀화였는데, 꼭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림이었어요.

 

  곧 '그래, 해 보자!'는 대답을 들으면 좋겠어요.

  언니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서 희망을 희망하길 바라고 있어요. 제가 힘든 순간 큰 나무처럼 조용히 옆에 있어준 것처럼 저도 그런 나무가 되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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