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책 한 권, 어린이 책 한 권, 영어로 된 책 한 권
책은 많이 읽(으려고 애쓰고, 읽)는 편이지만 읽은 책을 추천하지는 않아요. 또 책을 읽고 마음에 남는 문장은 독서노트에 기록하지만, 저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에도 자꾸 힘을 빼고요. 왜냐하면 책은 읽을 때마다 그때의 나의 상황에 따라 감동과 공감이 다르더라고요. 독서 모임을 해 보신 분들이라면 같은 책을 읽었지만 모임원들이 뽑은 '책 속 구절'은 모두 달라 '이렇게 다양한 느낌의 책이었나!' 느낀 적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문득 용기를 내어 책을 추천해 봅니다. 장영희 교수님의 <생일 그리고 축복>에 보면
삶을 열두 달로 나눈다면 8월은 언제쯤일까요.
인생의 8월은 이제 자아탐색의 치열한 여름을 보내고 세상을, 그리고 남을 조금씩 이해하는 성숙의 가을이 시작되는 때입니다.
라고 표현되어 있어요. 개인의 삶도 2022년의 계절도 가을을 맞이할 무렵, 최근 읽은 나누고 싶은 책을 3권 추천합니다.
1. 어른의, 어른을 위한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유명한 책이지만 읽고, 또 읽고 싶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랍니다. 읽는 동안 다양한 시선에서 생각할 수 있는 소재들이 많았어요.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도 정말 많아서 독서노트를 한 장 하고도 한쪽이나 더 채워두었고요.
'이름이란 얼마나 좋은 위안인가.'(126p.)
'이건 내가 원하는 인생이다. 나는 범주를 부수고 나왔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무한한 가능성의 장소를 보았다. 모든 범주는 상상의 산물이다. 그건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느낌이었다.'(377p.)
어른으로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두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그동안 이름, 더 나아가 가치관으로 묶어 놓았던 일들이 사회와 나 스스로 만든 것에 불과하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지요. 잠재의식 속에 '성격'이라는 단어 아래 뿌리를 내리고 있던 사람에 대한 평가를 모두 걷어 치우고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니 모든 것이 훨씬 편안해지더라고요. 나 자신에게 조차도요.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은 후 일상에서 많은 상황들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로 통했어요.
2. 어린이들을 위한 책 <프린들 주세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 수록도서인 만큼 초등학생에게는 이미 유명한 책이랍니다. 4학년에서 막 5학년이 된 닉의 반짝이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나와 링컨초등학교 어느 반을 출발해 한 지역으로 번지는, 우당탕탕 '프린들'사건을 담고 있어요.
미국스러운 이야기라서 한 발짝 떨어져 관찰자의 시선으로 책을 읽게 되지만 어린이의 장난스러운 호기심이 '아이라서 가능한', '아이다운 생각'으로 인정받는 닉의 가정과 사회 분위기는 참 부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너도 알다시피 네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어. 사건도 많고 말도 많았다는 거 안다. 너도 틀림없이 여러모로 힘든 나날을 보냈을 거야. 하지만 너는 아무 멋진 생각을 해냈고 네 행동도 무척 자랑스럽단다.'(137p.)
마지막 장에는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면서 반전인 장면도 들어있답니다.
3. 꼭 원서로 읽어봤으면 하는 영어 책 <HERE WE ARE>
이 그림책은 큰 아이가 열 살, 둘째 아이가 여섯 살 때 자주 가는 동네 책방에서 읽고 내용에 감동받아 구입했어요. 우주의 수많은 존재 중 그중 하나, 그래서 소중한 나를 담은 듯한 표지도 무척 마음에 들어요. 하나에 빠지면 깊이 푹 빠지는 성격이라 다섯 권을 사서 동네 친구들에게 손글씨로 편지를 써서 선물해 준 기억이 나네요.
작가이자 아버지인 올리버 제퍼스는 태어난 아들을 위해 세상을 소개하기 위해 책을 썼어요. 그 자체만으로도 잔잔한 울림이 있지요. 어린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이 책을 읽어준다면 책 표지에 있는 지구의 중심이 앉아있는 기분이 들 거예요.
'... you can always ask someone else.' (너의 곁에는 늘 누군가 있어.)
'You're never alone on Earth.'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란다.)
너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라는 것을 알리는 것
동시에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
그래서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옆에 있는 것
이 세 가지를 마음의 중심을 놓고 아이와 함께 한다면 혹은 스스로를 그렇게 대한다면 분명 어제보다 조금 다정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아이의 독서 교육을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