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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인간 Sep 28. 2022

책은 읽는데 독후 활동은

<부모 상담 기록 1>

  서울-그중 강남-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 시유 친구 엄만데 독서에 관심이 많아. 상담 좀 해줄 수 있어?"

  



  나의 오랜 친구, 무려 국민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소중한 나의 친구이자 롤모델.

  그런 친구의 부탁이라 무 정보도 지 않고, 어떤 아이인지 엄마인지 따지지도 않고 지호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간단한 나의 소개를 끝내고 지호 어머니의 고민을 찾아내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지호는 책을 좋아해요. 많이 읽고요. 그런데 독후 활동은 안 되네요.


  지호는 여섯 살, 책을 좋아하지만 아직 읽기 독립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독후 활동을 하면서 아이가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데 그 부분이 늘 아쉽다고 한다.


  지호 어머니의 고민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아마도 지호는 첫 아이인 듯했다. 나도 첫째 여름이를 키우며 가장 불안했던 시기가 여섯 살에서 일곱 살로 넘어가는 이 무렵이었다. 오히려 예비 초등학생인 일곱 살 시기에는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나의 13년의 육아 시기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간을 꼽는다면 바로 지호 나이대라고 말하곤 한다.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니 어머니께서 그동안 목이 아프도록 읽어 준 보람을 느낄 수 있겠네요. 정말 잘하셨어요. 여섯 살이면 엄마 품에 안겨 엄마의 목소리로 듣는 이야기면 충분해요. 머릿속으로는 책이 이끌어 주는 상상의 세계를 그리면서 좋은 경험, 따뜻한 추억을 계속 쌓아준다면 엄마로서 아이에게 가장 큰 선물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좋은 선생님을 만나 독후 활동도 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도 좋지만, 지금 지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어머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랍니다.


  지호에게는 내가 가장 좋은 엄마구나, 내가 잘하고 있구나 생각하면 좋겠어요.


  


  지호 어머니와 통화를 한 지 열흘의 시간이 흘렀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 어떻게 알았어?"

  "뭘?"

  "지호 엄마가 지호가 첫째인데 둘째가 연년생으로 태어나는 바람에 항상 지호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었거든. 그런데 지난번에 통화하며 지호 엄마가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내가 아무 정보도 안 줬는데 어떻게 알았어?"

 "그러게. 어떻게 알았을까? 타고났나?"


  자기애가 담긴 나의 농담에 피식 웃으며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열심히 살자고 약속했다.



크빈트 부흐홀츠(독일 작가)

  나눌 수 있는 상담 사례들은 정리해서 브런치 글로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전화로 건넨 한 마디가 큰 위로가 된 것처럼 마음을 채운 글도 누군가에게는 조금이나마 (혹은 큰) 힘이 되길 바라면서요.

  

  오늘 꼭 건네고 싶은 말은 "잘 살고 있다."는 응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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