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지개인간 Oct 01. 2022

갑툭튀, 질문의 힘

언제나 열려 있는 어린이의 세계

  요즘 들어 궁금한 것이 많아진 아홉 살 겨울이는 질문이 끝이 없다. 또 겨울이가 하는 질문들은 내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것들이 많아 흐뭇한 미소 대신 당황스러운 눈빛을 그대로 보여줄 때가 있다.


  한 번은 둘이서 방바닥에 누워 천장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겨울이가 갑자기 '엄지 척'을 날렸다.

  그 순간 내 눈에는 뒤로 젖혀지지 않는 아이의 엄지 손가락이 들어왔고,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이것이 유전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날, 늘 궁금하던 '내 엄지 손가락은 왜 뒤로 젖혀지지 않는 걸까?'에 대한 질문을 멈추었다는 게 기억이 났다.


  "겨울아, 엄지손가락... 엄마가 미안해."

  "엄지손가락이 왜?"


  겨울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유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우리의 닮은 점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랬더니 겨울이가 다시 질문을 했다.


  "그럼 엄마를 빼고 할아버지와 나만 닮은 점은 뭐가 있지?"


  '나를 왜 빼...!'

  엄마인 나를 괄호 밖에  설정에 0.2  섭섭해졌다.


  "음, 할아버지는 엄청 똑똑하고 공부도 잘하셨어.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학교에서 1등을 하셨고 학생 회장도 하셨거든. 아마 그 부분이 겨울이와 닮은 것 같아!"

  "......"

  이번 대답에는 겨울이가 당황한 기색이다.



  "엄마 그건 커봐야   같은데?"


  '커봐야 알지, 2학기 상담 주간과 참관 수업을 앞두고 엄마가 욕심 좀 부렸어.'


  겨울이의 질문에는 욕심을 내려놓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아홉 살이 되니 세상의 일부를 아는 것처럼 <아홉 살 인생> 책 제목과 찰떡궁합인 나이가 된 것 같다. 겨울이가 '조금' 살아 본 세상을 그동안 배운 단어들로 표현하기도 하고, 질문을 통해 세상을 더 크게 키우기도 한다. 그래서 겨울이가 참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구나, 느낄 때가 자주 있다.


  겨울이가 자신의 현재 모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나의 시선을 맞춰 준 그날이 지나고 두 밤을 더 잔 날이었다. 토요일이라 늦은 아침을 먹고 점심시간 전까지 각자 자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엄마, 나라와 나라가 이어진 곳은 철조망으로 되어 있어?"


  오래간만에 일정 없이 보내는 휴일이라 푹 쉬고 있던 생각 주머니가 겨울이의 질문에 화들짝 놀란 것 같았다.

  나라와 나라의 경계라... 그러고 보니 해외여행은 가보았지만 국경 지역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에 갔을 때  건너편에서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은 미국에 있다는 설명을 듣고는 깜짝 놀랐던 것이 내가  국경이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마침 겨울이에게 설명하기에도  좋은 예일  같았다.


  "겨울아, 철조망으로 된 나라도 있고 경계가 없이 서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나라들도 있어. 겨울이 여섯 살 때 할아버지께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다녀오신 것 기억나지? 그때 비행기 타고 프랑스로 가서 프랑스에서 기차 타고 스페인으로 가셨어!"


  나의 이야기를 듣는 겨울이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나고, 머릿속으로 비행기 타고 기차 타며 이동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곧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기차? 와, 프랑스와 스페인은 연결되어 있구나!"

  "끝말잇기에서도 '프랑스!', '스페인!' 연결되어 있는데 그래서 찻길도 연결되었나?"


  자기  어나온 끝말잇기라니!

  오늘도 겨울이의 질문은 호기심 나라의 국경을 넘나들며 어린이의 세계로 나를 인도하고 있다.




  아이의 독서에 관심이 있다면 3권을 추천합니다. (brunch.co.kr) , 책은 읽는데 독후 활동은 (brunch.co.kr)를 권해드립니다. 짝짝짝! 작은 응원도 살짝 띄어서 말이죠.


  지금 어린아이를 키우고 계시다면 작은 일이라도 기록해 보세요. 저는 기억을 되짚어가며 마지막 기억까지 짜내 기쁨 (brunch.co.kr) , 애기어 사전 (brunch.co.kr) 두 편의 글을 적었어요.


  포털사이트 메인에 링크된 글 삶을 정성껏 (brunch.co.kr) , 요가를 등록했는데 (brunch.co.kr) 도 재미있게 읽으며 독자님의 이야기가 있다면 나눠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책은 읽는데 독후 활동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