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열려 있는 어린이의 세계
요즘 들어 궁금한 것이 많아진 아홉 살 겨울이는 질문이 끝이 없다. 또 겨울이가 하는 질문들은 내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것들이 많아 흐뭇한 미소 대신 당황스러운 눈빛을 그대로 보여줄 때가 있다.
한 번은 둘이서 방바닥에 누워 천장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겨울이가 갑자기 '엄지 척'을 날렸다.
그 순간 내 눈에는 뒤로 젖혀지지 않는 아이의 엄지 손가락이 들어왔고,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이것이 유전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날, 늘 궁금하던 '내 엄지 손가락은 왜 뒤로 젖혀지지 않는 걸까?'에 대한 질문을 멈추었다는 게 기억이 났다.
"겨울아, 엄지손가락... 엄마가 미안해."
"엄지손가락이 왜?"
겨울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유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우리의 닮은 점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랬더니 겨울이가 다시 질문을 했다.
"그럼 엄마를 빼고 할아버지와 나만 닮은 점은 뭐가 있지?"
'나를 왜 빼...!'
엄마인 나를 괄호 밖에 둔 설정에 0.2초 간 섭섭해졌다.
"음, 할아버지는 엄청 똑똑하고 공부도 잘하셨어.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학교에서 1등을 하셨고 학생 회장도 하셨거든. 아마 그 부분이 겨울이와 닮은 것 같아!"
"......"
이번 대답에는 겨울이가 당황한 기색이다.
"엄마 그건 커봐야 알 것 같은데?"
'커봐야 알지, 2학기 상담 주간과 참관 수업을 앞두고 엄마가 욕심 좀 부렸어.'
겨울이의 질문에는 욕심을 내려놓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아홉 살이 되니 세상의 일부를 아는 것처럼 <아홉 살 인생> 책 제목과 찰떡궁합인 나이가 된 것 같다. 겨울이가 '조금' 살아 본 세상을 그동안 배운 단어들로 표현하기도 하고, 질문을 통해 세상을 더 크게 키우기도 한다. 그래서 겨울이가 참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구나, 느낄 때가 자주 있다.
겨울이가 자신의 현재 모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나의 시선을 맞춰 준 그날이 지나고 두 밤을 더 잔 날이었다. 토요일이라 늦은 아침을 먹고 점심시간 전까지 각자 자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엄마, 나라와 나라가 이어진 곳은 철조망으로 되어 있어?"
오래간만에 일정 없이 보내는 휴일이라 푹 쉬고 있던 생각 주머니가 겨울이의 질문에 화들짝 놀란 것 같았다.
나라와 나라의 경계라... 그러고 보니 해외여행은 가보았지만 국경 지역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에 갔을 때 저 건너편에서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은 미국에 있다는 설명을 듣고는 깜짝 놀랐던 것이 내가 본 국경이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었다. 마침 겨울이에게 설명하기에도 참 좋은 예일 것 같았다.
"겨울아, 철조망으로 된 나라도 있고 경계가 없이 서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나라들도 있어. 겨울이 여섯 살 때 할아버지께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다녀오신 것 기억나지? 그때 비행기 타고 프랑스로 가서 프랑스에서 기차 타고 스페인으로 가셨어!"
나의 이야기를 듣는 겨울이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나고, 머릿속으로 비행기 타고 기차 타며 이동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곧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기차? 와, 프랑스와 스페인은 연결되어 있구나!"
"끝말잇기에서도 '프랑스!', '스페인!'은 연결되어 있는데 그래서 기찻길도 연결되었나?"
갑자기 툭 튀어나온 끝말잇기라니!
오늘도 겨울이의 질문은 호기심 나라의 국경을 넘나들며 어린이의 세계로 나를 인도하고 있다.
아이의 독서에 관심이 있다면 3권을 추천합니다. (brunch.co.kr) , 책은 읽는데 독후 활동은 (brunch.co.kr)를 권해드립니다. 짝짝짝! 작은 응원도 살짝 띄어서 말이죠.
지금 어린아이를 키우고 계시다면 작은 일이라도 기록해 보세요. 저는 기억을 되짚어가며 마지막 기억까지 짜내 기쁨 (brunch.co.kr) , 애기어 사전 (brunch.co.kr) 두 편의 글을 적었어요.
포털사이트 메인에 링크된 글 삶을 정성껏 (brunch.co.kr) , 요가를 등록했는데 (brunch.co.kr) 도 재미있게 읽으며 독자님의 이야기가 있다면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