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지개인간 Aug 31. 2022

기쁨

아이가 배운 첫 단어

  "겨울이는 (엄마의) 뭐예요?"


  겨울에 태어난 초이는 첫 생일을 지나고 여름이 되어서야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어요. 말이 빨랐던 형에 비해 늦었지만 둘째는 역시 둘째입니다. 천천히 시작했지만 말을 하기 시작하니 '빨간 사과'처럼 두 단어를 연결해서 표현하더라고요. 또렷한 목소리에 발음도 정확했고요. 이번에도 제가 천재를 낳은 줄 알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래서 조금 욕심을 낸 것 같아요. 아이가 삶을 살며 꼭 간직했으면 하는 태도를 흰 눈처럼 뽀얀 마음속에 심어주고 싶었어요.

  "겨울아, 겨울이는 엄마의 기쁨, 사랑, 행복이야. 엄마는 겨울이가 태어나서 기쁨, 사랑, 행복이야."

  아이를 재우며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기쁨, 사랑, 행복을 심어주었어요. 


  아이가 자라며 만들어내는 말 기차가 길어지자 혼잣말처럼 들려주던 단어들이 아이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어요.

  "겨울이는 세상의 뭐예요?"

  "기쁨! 타랑! 핸뽁!"

  "맞아, 겨울이가 태어나서 세상은 기쁘고, 행복해. 그리고 세상은 너를 사랑해!"




  글쎄요, 사실 되게 기쁘고, 행복한 시절은 아니었어요.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였거든요. 결국 오래 두고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 퇴직을 결정했지만 여러 가지로 아쉬웠고 경력 또한 쉽게 내려놓을 수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는 긍정을 가르쳤네요. 어둡고 부정적인 감정도 모두 소중한 나의 감정이지만 아이에게만큼은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아이는 여전히 자신을 '기쁨, 사랑,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아마 학교에 다니면서 속상하거나 실망하는 날도 있겠지만 적어도 엄마에게는 늘 기쁨, 사랑, 행복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 눈치예요. 엄마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아이의 마음을 끝까지 지켜줄래요.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바람이 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