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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인간 Aug 29. 2022

가을바람이 분다

흔들리는 마음

  히트텍을 꺼냈어요.

  '벌써?'라고 끝을 높이 올려 묻고 싶죠? 맞아요. 한라산 아래 첫 마을인 저희 동네에는 벌써 찬 가을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기 시작했어요. 찬 바람과 함께 반갑지 않은 비염이 시작되었고요.


  지난 금요일에는 일을 마치고 시간 관리 프로그램을 다녀왔어요. 바쁘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뭔가 알맹이가 빠진 기분이 들어 신청했는데 마침 여석이 있어 참가했어요. 다행히 강의가 시작되고 5분 뒤, 하브루타식 질문을 통해 깊은 내면에 있는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답니다. 그러나 마음이 부어도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콩쥐의 깨진 독 같은 날에는 다시 나의 루틴을 찾는데도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가을을 타고 있네요.


  집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여전히 늦여름의 풍경을 만날 수 있어요. 하늘이 환상적으로 예쁜 제주의 늦여름은 둥실 떠다니는 구름처럼 많은 생각을 끌어당겨요.

 

가볍게 사는 것 vs. 무겁게 사는 것

  

  예쁜 하늘을 앞에 두고 일터로 가며 생각한 주제입니다. 무엇이 나은지 답은 구하지 못한 채 도착했지요. 


  

  주차할 곳이 없어 헤매는 바람에 시간을 많이 써서 부랴부랴 청소부터 끝내고 일력을 넘기며 오늘의 책 속 문장을 읽어 보았어요. 



  깨닫지 못하는 내용이 있으면 벗에게 도움을 받고,

  그래도 깨닫지 못하면 혼자서 분발해 보지만 억지로 깨달으려 하지는 않는다.

  우선 한쪽으로 밀쳐 두었다가 가끔 다시 꺼내 마음을 비우고 곰곰 생각하며 저절로 이해하기를 기다린다.

  이황,  <도산에 사는 이유>



  아하! 맞아요!


사유의 시간이 필요한 날에는 거절할 줄 아는 용기
계속 앞만 보고 달려야 된다는 마음 대신 호흡을 조절하는 여유
이것저것도 안 되는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가을에는 조금 천천히 가도 된다고, 다른 곳보다 먼저 도착한 가을이 주는 선물을 받았네요. 

  오늘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어깨를 두드리며 '고생했어. 잘했어. 대단해.'라는 셀프 칭찬으로 하루를 마무리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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