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제 미래를 알려줄 수 있나요?
월요병은 직장인에게만 있는 게 아닙니다. 자영업자가 되었지만 월요병은 여전히 존재하더라고요. 침대에 누워 있어도 소파로 몸을 옮겨도 '씻어야지'와 '출근해야지'가 저를 졸졸 따라다니며 귀찮게 합니다. 시간과의 밀당은 늘 제가 지지요. 시간의 재촉에 출근 준비를 하지만, 집을 나서는 순간 발걸음은 설렙니다. 월요일이 되면 일터의 동료를 만나기 때문입니다. 주말 동안 켜놓은 '엄마모드'는 잠시 끄고 '어른 사람'이 되어 만나는 동료는 참으로 반갑습니다. 지난 월요일, 그녀는 갑자기 아주 어려운 질문을 했습니다.
신기 있죠?
처음에는 신기(神氣)가 있냐고 묻는 그녀를 신기한 눈을 쳐다보았습니다. 입으로는 "왜요?"라고 물었지만 머릿속으로는 '그 능력, 가질 수 있다면 갖고 싶네요'라고 말했지요.
"그날 전화를 줬을 때 링거를 맞고 있었거든요."
그날은 해마다 곶자왈에서 열리는 반딧불이 축제의 티켓 예약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날입니다. 반딧불이가 어둠을 밝혀주는 환상적인 숲길을 걸으면 그녀가 요즘 쓰는 글 주제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전화를 건 날이었죠.
"병원이라 말을 못 한다고 얘기하려고 했는데 먼저 '말하지 말고 듣기만 하세요'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사실 저는 소곤소곤받는 전화에 목이 아프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알려주면 되는 것을 아침부터 전화해서 달콤한 휴식을 방해했잖아,라고 후회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그녀의 사정은 달랐던 거죠. 제가 ‘여보세요' 한 마디에 눈치를 끌어모아 ‘듣기만 하세요’라고 한 말이 그녀의 상황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면서 신기가 있는 것처럼 보였던 거죠. 그녀의 입장이 되어보니 저도 머리털이 바짝 곤두서네요. 참 신기(新奇)해요.
또 있었잖아요.
또 있었다고요? 이 기막힌 타이밍이 또 있었다고요?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래서 "언제요?"라고 물어보았어요. 저도 정말 궁금했거든요.
"지난번에 체리를 그린 그림을 보고 우리 딸에게 갖다 주라고 했잖아요."
일터에서는 제주의 독립서점인 사슴책방에서 제작한 일력을 사용하고 있어요. 매일 새로운 일러스트를 만나는 즐거움과 날짜를 넘기는 재미를 느낄 수 있죠. 퇴근 전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일력을 쭉 뜯는 것입니다. 그럼 오늘은 어제가 되며 회색빛으로 바뀌지요. 하지만 예쁜 일러스트는 여전히 소중해요. 그래서 누구든 가져갈 수 있도록 따로 모아 두었지요. 그날따라 체리 두 알이 열린 일러스트가 유독 예뻐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퇴근하는 그녀에게 툭 던진 말이었어요.
"마침 우리 딸 태몽이 체리 꿈이었어요. 그날도 깜짝 놀랐잖아요."
어머나, 상황이 이렇게 절묘하게 맞춰지네요. 체리꿈을 꾸고 낳은 딸에게 체리 일러스트를 갖다 주라고 했다니요! 이번에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정말 신기(新奇)했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가 촉은 좋습니다.
말로 설명하고 증명할 수는 없지만 눈치를 가지껏('힘껏'의 경상도 사투리) 끌어 써야 할 때는 그렇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능력에 문제가 하나 있다면 촉을 써야 할 순간을 내가 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건 안 되더라고요. 게다가 제 앞날은 한 치 앞도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저에게 기똥찬 촉이 있다면 부디 제 앞날부터 잘 챙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도 아침부터 여전히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다정한 독자님! 오늘도 무지개인(공)간의 브런치스토리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늘 뭔가를 배우고 시간을 쪼개 쓰는 저는 "좀 쉬어, 제발 좀 쉬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오늘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아직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은 것은 삶이 완성이 아니라 '무언가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행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선명하게 그려놓았기에 n 년 후의 삶을 기대하며 살고 있습니다.
혹시 뾰족한 촉이나 '그분'이 오셨다면 저에게 다정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D
오늘도 무지개인간의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미리 보는 20년 뒤의 제 모습은 아마 이럴 것 같아요.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brunch.co.kr)
최근에 만든 브런치매거진입니다.
3억이 개이름은 아니잖아요 매거진 (brunch.co.kr)
+ 제주 중산간 지역에서는 여름철 저녁이면 가끔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제주에 사는 반딧불이는 운문산 반딧불이입니다. 특히 6월부터 7월 초까지는 <제주 반딧불이 체험> 축제가 산양큰엉곶과 청수리마을에서 열리고 있어요. 제주 방문 일정과 겹친다면 네이버에서 검색 후 예약해서 꼭 특별한 시간을 가져보세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