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주몽이 제주 사람이래요.
지금 제가 똑바로 들은 거겠죠?
"아준이가 주몽 위인전을 읽었구나. 맞니?"
"네, 맞아요. 주몽은 제주 사람이래요."
"정말? 주몽은 고구려를 세웠는데, 고구려를 세운 주몽이 제주 사람이었어?"
"네. 제주 출신이래요."
"그렇구나! 고구려는 저 위쪽, 추운 지방에 있는 나라인데 주몽은 제주 출신이었구나?"
"네, 제주 사람이라고 제가 책에서 봤어요."
아준이는 주몽이 제주 출신이라고 아주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진지한 아준이와 달리 제 머릿속에서 주몽은 주황색 얇은 옷을 입고 귤나무에 달린 귤을 활로 쏘고 있었어요. 역시, 명중했네요! 이런 상상의 세계는 아준이가 아니었다면 절대 열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 같이 책을 찾아볼까?"
적어도 우리 독서 교실에서는 자신이 알아낸 된 것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어린이들에게 너는 틀렸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어린이의 자신감을 지켜주는 것 또한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몽의 출생의 비밀을 같이 찾아보기로 했어요. 저는 결과를 아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답을 확인할 때는 심장이 콩콩 뛰네요. 수학문제를 풀고 정답지에 답을 찾을 때 그 떨림을 우리 어른들은 알잖아요.
아준이가 책을 펼쳐 주몽이 제주사람인 이유를 찾아주었습니다.
주몽은 '재주', '사람'이었군요. 오늘은 아준이에게 '재주'라는 낱말의 뜻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습니다.
재주: 무엇을 잘할 수 있는 타고난 능력과 슬기
제주: 우리나라 가장 남쪽에 있는, 섬으로 이루어진 특별자치도
"주몽은 지금의 북한 두만강 유역에 있는 '동부여'라는 나라의 사람이야. 어렸을 때부터 활을 쏘는 재주가 뛰어났다고 해. 아준이처럼 재능이 많은 아이였지."
"그래요? 저도 재주 많은 아이예요?"
"그럼, 재주 많은 아준이는 제주에 살고 있구나."
아준이에게 말해 준 문장을 아준이의 공책에 적어주었습니다. 아준이는 그 위에 '사랑해요 주몽'이라는 수줍은 고백을 얹어 놓았네요. 주몽은 제주 사람이 아니었지만 제주 사는 아준이의 마음은 재주 많은 주몽을 사랑하고 있어요. 낱말의 뜻을 몰라 자칫 부끄러울 수 있었던 아준이의 자신감도 그대로 지켜주었고요.
사실 주몽은 제주 사람이 아니라 재주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재주 많은 아준이는 제주에 살고 있습니다.
이번 주 가장 기억에 남는 즐거운 말을 남겨준 어린이는 1학년 아준입니다.
아준이는 작은 일에도 까르르 잘 웃습니다. 그래서 아준이를 보고 있으면 세상은 정말 행복한 곳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