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수를 마셔야 하는 이유
1학년 어린이와 전래동화 <젊어지는 샘물>을 읽으며 함께 독후 나눔을 했다.
"수민아, 만약 이 세상에 진짜 젊어지는 샘물이 있다면 어떨까?"
올해 여덟 살이 된 수민이는 오른쪽 마음으로는 젊어지는 샘물을 조금 마시고 두 살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 엄마와 매일 안고 지내던 그때가 그립기 때문이었다. 또 왼쪽 마음으로는 엄마에게 젊어지는 샘물을 많이 양보해서 친구가 된 엄마와 학교와 학원을 같이 다니고 싶다고 고백했다.
절대 일어날 리가 없는 일이지만 머리로 그려보는 동안 수민이는 엄마 품에 안긴 아기도 되어보고, 여덟 살이 된 엄마와 함께 학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상상을 해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만약 나에게 젊어지는 샘물이 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가끔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요?"
내 대답은 20대, 30대, 40대 모두 똑같았다.
"전 지금이 좋아요."
물론 저녁 세안을 하며 늘어난 잡티를 볼 때마다 피부가 탱글탱글하고 잡티가 하나도 없던 30대 중반으로 돌아가 자외선 차단제도 잘 바르고, 모자도 쓰고 다니라고 말해 주고 싶지만, 이내 그래도 피부과를 다니지 않는 것치고는 꽤 괜찮다며 생각을 고쳐 먹는다.
내 나이를 사랑하는 것에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나를 아끼는 마음속에 살아온 시간과 많은 선택에 대한 존중을 새겨놓았다. 그래서 언제나 지금이 가장 좋은 '나'의 모습이다. 게다가 40년이 넘는 시간을 통해 배워 온 삶의 가치들이 이제야 내 안에서 알맞은 빛을 내려고 하기 때문에 더 큰 응원을 지금의 나에게 보내야 한다.
같은 날 등원한 3학년 시원이에게 물었다.
"만약 젊어지는 샘물을 마시고 더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가고 싶니?"
"선생님, 전 안 갈래요. 지금이 좋아요. 나이에는 추억이 담겨 있기 때문이에요."
시원이는 이렇게 말하며 삼다수 생수 뚜껑을 열어 벌컥 마신다. 요즘 애들 참 똑똑하다. 그래, 왜 지금이 좋은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이제 나도 이렇게 대답해야겠다.
"추억 상자가 17,319개라 몸이 무거워 샘물 마시러 못 가요."
시원이에게 이 대답은 어떤지 한 번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