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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인간 Sep 13. 2023

자기만의 방을 위한 준비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읽기 가이드

  1장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1장만 참고 견뎌주세요.

  완독 할 수 있습니다.


  



  진짜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 아니라지만 요즘 책이 참 잘 읽힙니다. 모두가 잠든 밤에 읽고 있는 책의 길이만큼 창문을 열어두면 그 사이로 바람이 오가고, 풀벌레 소리가 건너옵니다. 그 순간 내가 있는 장소가 어디든- 거실, 안방, 심지어 집 앞 카페라도- 자기만의 방이 만들어집니다.


  늦은 새벽까지 버니지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었습니다. 앞서 읽었던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고는 '브람스'라는 좋은 사람을 소개받은 기분이 들어 아주 달달한 잠을 잤어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도 소리 내어 웃다가 웃음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지요. <자기만의 방>을 완독하고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 아침 어떤 기분일까, 내심 기대를 하며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나 밝은 아침에는 무척 머리가 아팠지요.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지난밤에 꾼 꿈속 풍경입니다. 빼곡한 글자들이 눈앞에 있었고, 두세 권을 책을 번갈아 보다가 깼어요. 제가 읽은 책은 민음사 쏜살 시리즈로 나온 책인데,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에는 이 문장이 어떻게 번역되어 있을까, 궁금했던 것들이 꿈속에 나온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잠을 자며 책을 읽은 것인지 책을 읽으며 꿈을 꾼 것인지 머리가 무척 복잡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는 데는 처음 몇십 분의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1장이 가장 어려웠어요. 특히 1, 2, 3장에서는 시대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알아두면 좋은 배경 지식들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부분을 각 장 별로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인 호기심과 궁금증이 미친 영역까지, 그리고 검색 엔진이 도달한 만큼 정리해 놓았습니다. 완독 후의 생각과 느낌은 숙성의 시간을 거친 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가을을 맞이해 고전 읽기에 도전하는 독자님께 좋은 정보의 글이 되면 좋겠습니다.


Ⅰ. 키워드 앞에는 각 장도 함께 표시해 두었으니 Ctrl+F 단축기를 활용하여 검색을 하며 책을 함께 읽어보세요.

Ⅱ. 페이지도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참고로 제가 읽은 책은 민음사 쏜살 시리즈(이미애 옮김)이며, 2023년 2월 2일 펴낸 책입니다.

  


  1장.


  


  (22p.) 램이 옥스브리지에 왔던 때는 아마 백 년쯤 전일 것입니다. 분명 그는 이곳에서 원고 상태인 밀턴의 시 한 편을 보고 그것에 관한 수필을 썼지요. 그 시가 아마 <리시다스>였을 겁니다.

  

  <리시다스>는 존 밀턴(John Milton, 1608년~1674년)의 시입니다. 존 밀턴은 <실낙원>의 저자로서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대시인으로 평가되는 영국의 시인입니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리시다스(Lycidas)>는 존 밀턴이 1637년 지은 시로 그의 친구 에드워드 킹에게 바친 시집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드워드 킹은 게임브리지대학교 재학 중인 1637년 8월, 웨일스의 해안가에서 배가 침몰하여 물에 빠져 사망을 했으며 이 시에는 동료 목자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담고 있습니다.


 <리시다스> 시의 전문을 찾다 보니 '영 리시다스'라는 장미의 품종을 알게 되었어요.


영 리시다스 (출처: 네이버 검색, 라쿠텐)


  알고 보니 영국의 장미 전문가인 데이비드 오스틴이 존 밀턴의 탄생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시 <리시다스>에서 가져온 이름이라고 합니다. 친구를 잃은 슬픔을 애도하고 다시 희망을 노래하자는 의미를 가졌다고 합니다. 꽃잎의 모양도 참 예쁘지만 향기도 무척 뛰어난 품종이라고 합니다. 영국인들의 가장 사랑하는 꽃인 장미에 그들의 자랑스러운 시인과 문학을 연결시킨 점에서 영국인들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7p.) 그다음 순서는 자고새 요리였습니다. 하지만 털 없는 갈색 새 두 마리가 접시에 담긴 것을 연상하면 그건 잘못입니다.


  자고새는 날개 길이 17cm의 닭목 꿩과의 새로 꿩보다는 작은 체구이며 메추라기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회색조의 털에 둥글고 통통하게 생긴 체구가 인상적인 새이며 성경에서 자주 언급됩니다. 맛이 좋아서 유럽권에서는 수렵하기도 하고, 온순한 성격을 가져 가축으로 기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럽권의 소설을 읽다 보면 종종 이 자고새가 언급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동양권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편입니다.


자고새와 자고새 요리 (출처: 네이버 이미지 검색)


  


  (28p.) 만일 다행히도 재떨이가 가까이 있었더라면, 그래서 창 밖으로 재를 떨어 버리지 않았더라면, 만약 사정이 실제와 약간 달랐더라면, 아마도 창밖의 꼬리 없는 고양이를 보지 못했을 겁니다.



맹크스 고양이 (출처: 네이버 이미지 검색)

  


  꼬리가 없는 고양이 '맹크스'의 원산지는 영국 북잉글랜드 아이리시해의 맨 섬으로 추정하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둥근 엉덩이를 흔들며 토끼처럼 뛰는 듯한 독특한 걸음걸이를 가졌는데, 이 때문에 성경에 등장하는 대홍수가 시작될 때 노아가 닫던 방주의 문에 꼬리가 끼어 잘렸다던가, 고양이와 토끼의 후손이라는 신화적 해석이 전해 내려옵니다.


  성격이 온순하며 주인에 대한 애정이 크고, 활동적인 성격으로 아이들이나 다른 동물등과 친화력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튼 이리보고 저리 봐도 참 귀엽습니다. 뛰는 모습도 보고 싶네요.



  2장.




  (55p.) 프로이트의 이론을 이용해서 말하자면, 그는 어린 시절 요람에서 어여쁜 소녀에게 조롱받은 적이 있었을까? 왜냐하면 그 교수는 요람에서조차 귀여운 아기였을 리 없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생리학자, 정신병리학자,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1856년~1939년)는 체코의 유태인 가정에서 출생, 유년 시절 빈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1938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 런던으로 망명하였습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행동이 합리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무의식이 그 행동과 정서를 규정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의식(無意識)이란 '의식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나, 꿈이나 정신분석의 방법을 통하지 않고는 의식화하지 않는 의식'을 말합니다. 이 무의식의 발견은 프로이트의 커다란 업적이며 그는 이 무의식이 종종 여러 가지 행태(실수, 꿈, 강박행위 등)로 나타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무의식은 초기 경험의 산물이며 부모 및 보호자와의 상호 작용에 의해 형성된다고 믿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을 잃어버린 경우, 흔히 우연히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프로이트는 개인의 무의식 속 의도에 따라서 일어난 일이라고 봅니다.


  참고로 프로이트는 인간의 인격을 세 가지 단계로 구분했습니다.

  첫째, 이드(Id)는 쾌락의 원리에 지배되는 무의식의 영역으로 원시적인 욕구를 말합니다.

  둘째, 자아(Ego)는 현실을 고려하는 현실 원칙에 지배되며 이때 에고의 역할은 통제와 억제입니다.

  셋째, 초아자(Super Ego)는 이드를 제압하는 좀 더 높은 자아로 이것은 보통 양심과 자아 이상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양심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지 않도록 규정하는 것이고, 자아 이상은 자신의 행동이 이상적인 기준에 부합하기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3장.




  (68p.)  남성이라면 누구든지 노래와 소네트를 지을 수 있었던 듯한 그 시대에 어떤 여성도 탁월한 문학 작품을 단 한 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은 영원한 수수께끼이기 때문입니다.


  소네트(Sonnet)란 유럽의 정형시 중 하나로 단어 자체의 의미는 '작은 노래'입니다. 소곡(小曲) 또는 14 행시로 번역하며, 4행ㆍ4행의 옥타브와 3행ㆍ3행의 세스테트로 된 14 행시를 말합니다. 내용적으로는 서곡(序曲) → 전개 → 새로운 시상(詩想)의 도입 → 종합 결말이라는 기승전결 방식을 따릅니다.

  영국에서는 와이엇과 사레 백작의 의하여 영국 형식의 소네트가 생겼으며 셰익스피어, 존 밀턴, 워즈워스, 키츠, 로제티, 브라우닝 부인에 의해 우수한 작품이 많이 남았다. 영국 형식의 소네트는 4ㆍ4ㆍ4ㆍ2형으로 이루어지며 이것을 '셰익스피어 형식'이라고도 합니다.

  



  (88p.) 키츠를 기억해 보십시오. 그가 자신의 묘비에 새겨 놓은 문구를 생각해 보십시오.



키츠의 묘비 명 (출처: 네이버)



  영국 낭만주의 시인들 중 막내인 존 키츠(John Keats, 1795~1821)는 스물여섯의 젊은 나이로 죽기 전 자신의 묘비에 이렇게 써달라고 말했습니다.

  "여기 물 위에 이름을 새긴 사람이 누워 있노라."

  다른 것은 아무것도 쓰지 말고 오직 이 글귀만 새겨달라는 부탁이었지요. 하지만 묘비명이란 남아 있는 사람의 몫임이 틀림없습니다. 키츠의 묘비 명은 그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묘에는 영국의 젊은 시인의 유해가 묻혀 있다. 죽음의 자리에서 고국 사람들의 무심함에 극도로 고뇌하던 그는 묘비에 이런 말이 새겨지기를 원했다. '여기 물 위에 이름을 새긴 사람이 누워 있노라."





  

  지난번에 발행한 글을 보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기 시작한 친구가 생겨서 참 기쁩니다. 읽은 책에 대한 서로의 다른 생각과 경험을 나눌 사람이 한 명 더 늘었으니까요. 얼른 친구가 그 책을 완독 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다음 글에서 제가 만난 버지니아 울프와 <자기만의 방>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모두 행복한 수요일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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