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지개인간 Dec 15. 2023

사람들은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고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인생은 B와 D 사이의 C이다.

 

  아주 먼 옛날, 싸이월드 시절에 감동을 받아 대문에 써놓은 문장이에요. 그때는 누구의 명언인지도 모르고 오직 '갬동'을 받았다는 이유로 대문글에 써놓았는데, 오늘 브런치에 인용하기 위해 찾아보니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명언이네요. 사르트르가 남긴 인생의 정의는 생각할 때마다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인생은 태어나서(Birth)와 죽을 때(Death)까지 수많은 선택(Choice)이라는 진리. 이제까지 그래왔고 지금도 여전하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절대적인 진리를 그는 어떻게 깨달았는지, 그의 마음의 깊이에 존경을 보냅니다.


  <자기 앞의 생>에 대한 글을 지난 편에도 썼지만 작가와 책 내용 등 여러 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슬픈데 아름다워서 눈물이 흐르죠 (brunch.co.kr)


  아주 드물게, 운이 좋으면 평생 한두 번 정도 우리는 예상치 못한 문장, 의미가 너무 깊어서 사람을 얼어버리게 만드는 문장을 만나게 된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철학이 우리 인생에 스며드는 순간)>의 나오는 문장에 비추어 본다면 (겨울에 태어난) 저는 자주 얼어 버립니다.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무지개인간


  읽던 책을 덮고 일렁이는 감동을 느끼고 싶은 문장을 운이 좋게 자주 만나고 있습니다. 그 문장들은 대체적으로 눈에 확 띄는 번화가에 있기보다는 어느 페이지의 귀퉁이, 긴 문장 속 몇 단어처럼 뒷골목에 숨은 명소처럼 있다가 책을 읽는 순간에만 반짝 빛이 나지요. 그래서 이런 문장을 발견할 때마다 '내가 이렇게나 꼼꼼한 사람이었나?'라며 스스로에게 되묻고는 하지요.

  오늘은 <자기 앞의 생>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이 아렸던 문장인 '사람들은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정말로 사람들은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나요? 


  우리는 학교에 다닐 때 '희소성', '기회비용' 등을 배우며 귀에 딱지가 않도록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배웠지만, 교과서와 시험지 밖의 삶에서 정말로 가장 좋은 것만 선택하며 살아왔나요? 저는 '아니요'라는 대답을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지금까지 살며 선택의 순간이 올 때마다 가장 좋은 것이라기보다 타협된 선택을 하며 살아온 경험이 더 많게 느껴집니다. 특히 마흔을 앞두고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 기준을 버리고 제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는 것에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어요.


   지난 시간 중에서 인생의 큰 물줄기가 된 선택을 돌이켜보니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장녀로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 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선택의 기준이었던 것 같아요. 또 실패를 하면 경제적인 부담도 따르니 되도록 도전하지 않고, 안정적인 선택을 해야 된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래서 책을 읽으며  유독 눈에 콕 박혔던 '사람들은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고'라는 문장에서 잠시 멈추었어요. 그리고 몇 주에 걸쳐 생각을 정리하고 있어요. 글을 쓰기 전까지는 제 경험에 비추어보며 다른 사람들도 '내 것 중에 최고'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환경과 성장 과정 등에서 겪은 경험들 안에서 암묵적으로 협의된 선택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에게 유리한 쪽을 잘 따져 이기는 선택만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각자 적당한 수준에서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택을 한다고 결론을 짓고는 '문화의 차이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해 버리기로 했죠. 


  그런데 글이란 게 참 이상합니다. 아니 책이란 게 참 이상하다고 해야 맞는 말일까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생각을 글로 쓰다 보니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글을 쓰는 동안 생각도 계속 다듬어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생각이 원점-'사람들은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고'-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지요.


  '얻는 것이 많은 것, 성공하는 과정만 있는 것이 과연  가장 큰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일까?'


 그동안 저는 책을 읽으며 '좋은 선택'의 의미를 내가 고를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선택이라고 은연중에 판단한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는 여러 상황들 안에서 최선이라고 판단했지만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선택' 또는 '좋은'의 의미가 현실에서 받아들이는 것과 차이가 있었던 것이지요. 살면서 했던 수많은 선택 중에 후회되는 것은 거의 없다는(그래서 후회되는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점도 지금까지 '좋은 선택'을 해왔다는 반증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선택이든 결과를 가져왔고, 때로는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더라도 새롭게 배우는 것이 있었다면 그것에 만족하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맞아요. 제 경험에 다시 비추어보니 사람들은 가장 좋은 선택을 하는 게 맞습니다. 아니라고 부정해 보려고 했는데 결국 수긍하게 되었어요. 때로는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몇 날 며칠이 걸려도 깊게 생각하며 애지중지 고른, 가장 좋은 선택이 맞았어요. 안타까운 것은 선택을 할 때는 신중하지만 결과를 받아들이는 순간에는 실패한 것 같아 빠르게 포기를 하거나 때로는 선택이 잘못된 것 같다며 아예 기권을 할 때가 제법 있다는 거예요. 지금도 계속해야 할까, 이게 아닌가 고민하고 있는 일이 저에게도 있어요. 빠르고 쉽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지네요. 그것은 절대로 그건 '쿨 cool하게'가 아니니까요.


  <자기 앞의 생> 덕분에, '사람들은 가장 좋은 선택을 하고' 저 역시 가장 좋은 선택을 했고, 앞으로의 생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얻은, 인생 책이 되었네요.

  믿으세요. 나의 선택을.


       

매거진의 이전글 슬픈데 아름다워서 눈물이 흐르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