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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인간 Oct 05. 2022

내가 블로그를 할 수 없는 이유

남들은 잘하던데...

  지난주 월요일부터 유명한 블로거인 최달구 님과 함께 '1일 1포 스팅'에 도전한다. 무려 30일 동안!

  시작은 달구님께서 "혹시 1일 1포(포스팅) 하실 분"이라고 이야기를 꺼냈고, 거의 20년째 방치된 네이버 블로그에 마지막 희망 한 줄이라도 심으며 인공호흡이라도 해볼까 싶어 도전했다.


  블로그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 목표 설정!

  애드포스트로 수익을 내며 동시에 인플루언서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체험단, 상품 리뷰, 홍보 등의 협찬을 받으며 생활비를 줄이는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는 일명 '잡블'이 될 것인가를 목표부터 설정해야 한다.



  두 번째는 키워드!

  검색으로 인한 유입이 블로그 방문자 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에 키워드를 연구하는 일에 미쳐야 한다.



처음 나흘은 (다행히 사흘을 넘겼다.)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최근 경제, 비즈니스 분야의 이슈가 나에게도 일어났다. 가장 큰 에피소드는 외화예수금을 찾은 것이다. 2년 전 애플의 주식을 매도 후 결제되는 2일의 시간 동안 '애플을 팔았다'는 사실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는 증권회사의 어플을 지웠다. 덕분에 주식 매도 자금은 외화예수금으로 2년 동안 방치되어 있었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다가 최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증권회사 어플을 깐 돈 주인과 겨우 안면을 틀 수 있었다. 게다가 미국 달러로 보관된 외화예수금은 미국 달러 환율 상승과 환차익까지 안겨 주며 한 편의 드라마 같은 포스팅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닷새가 되니 나의 창조 경제도 끝이 났다. 함께 하는 이웃 블로거들이 매일 내용을 공유해 주기 때문에 심각한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쓸 거리가 없어지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나는 인플루언서를 목표로 하는가, 생활에 보탬이 되는 '잡블'을 원하는가 고민에 빠졌다.


  인플루언서가 되자니 팬이 없다.

  그렇다면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잡다한 블로거인가?!

  다시 방향을 잃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불금이라 저녁을 먹고 편의점에 다녀왔다.

  진열대에는 전날 이웃 블로거가 리뷰한 '연세우유 옥수수 생크림빵'이 하나 놓여 있었다.

  나도 리뷰를 올려볼까, 하는 생각에 저녁도 많이 먹고 배도 부르지만 사 왔다.


  집에 돌아와 브런치 글을 읽어보며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 한 캔을 땄다. 저녁밥도 먹고 맥주도 마시니 리뷰를 위해 사온 빵이 부담스러운 뱃속 공간이다. 하지만 내일 이 빵을 먹을 수는 없다. 자고로 리뷰라는 것은 갓 사온 빵을 먹고 갓 쓰는 진실함을 담아야 한다는 나만의 철학 때문에.

  내적 갈등 끝에 봉지를 죽 뜯었다. 이웃 블로거의 리뷰처럼 내 입에도 달았다. 좋아하는 옥수수맛과 생크림의 조합이지만 오늘은 참 부담스러운 맛이다.

  '배 불렀는데 내일 먹을 걸 그랬나...'



  내가 리뷰를 위해, 1포스팅을 위해 이 옥수수 크림빵을 사 왔다는 사실이 다시 떠오른 것은 눈앞에 있던 빵이 뱃속으로 자리를 옮긴 뒤 재활용을 위해 빵이 담겨 있던 플라스틱 케이스를 씻으면서였다.

  내일 다시 사서 올릴까, 생각도 스쳤지만 따지고 보면 사진이 중요한 부분이 아니기도 했다.

  쓰레기통에 넣었던 포장지를 꺼내고 씻던 케이스도 챙겼다. 나란히 눕혀 사진을 찍었다. 찰칵-


  참 어렵다. 매 순간 '블로그'만을 생각하여야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블로거들은 행동의 흐름을 끊어 모두 사진으로 담긴다. 그런 면에서 요리 블로거들은 포스팅은 존경의 수준이고, 리뷰 전문 블로거들의 치밀하고 계획적인 일 처리에 엄지를 치켜세우게 된다.


  지금 내게는 빈 빵 봉지만 남아있다. 리뷰는커녕 사진도 쓸 것이 없다.

  아놔, 내가 이래서 블로그를 못한다니까. 욕심부리지 말고 블로그 독자로 살아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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