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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인간 Oct 09. 2022

20년 만에 타로카드를 보았다.

  타로카드를 보러 갔다. 타로카드라면 연애운을 점쳐 보던, 우리를 기대하고 실망하게 만드는 그 카드점이다. 내가 십 대에서 이십대로 넘어가는 딱 그쯤에 유행했으니 20년 만에 보러 간 것이다. 제주에서 타로를 잘 본다고 소문이 나서 나에게도 연락처가 왔으니 '진짜 잘 볼까?' 하는 의심을 할 필요는 없었다. (유명하지 않아도 의심하지 않았을 성격이기도 하지만) 그냥 일단 예약부터 했다.


  약속한 시간, 정각 10시가 되자 복스럽고 귀여운 보조개를 가진 엄마 같은 타로 선생님께서 나오셨다.


  "궁금한 거 있어요?"

  타로 카드 풀이가 끝이 나자 선생님께서 물어보셨다. 궁금했던 것은 이미 말씀해 주셨고, 쏟아지는 정보들을 주워 담기에도  손과 머리는 바빴다. 게다가 평소에도 계획을  세우는 사람은 아니라 오늘을 위해 질문거리를 적은 메모도 준비하지 못했기에 머릿속은 하얘졌지만  언제   모르는  시간을 놓치기도 싫었다.

  "음, 다 말씀해 주셔서 딱히 없는데 제가 뭘 물어보면 좋을까요?"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1시간의 시간이 금방 흘렀고 우리는 헤어졌다.


  나를 끌어올린 가장 기분 좋았던 말은 "자기는 '트라우마'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야. 그냥 즐겁게 살면 돼요."이다. 누군가는 삶은 고통이라고까지 말했는데 즐겁게 살면 되는 운명이라니, 참 복 받았다. 혹시나 그 말이 아니더라도, 어려움 속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나를 단단하게 바로 세우는 생각 속에서 삶이 더 귀하게 여겨지는 순간이다.


  가장 오래 곱씹어 보게 되는 말은 "내년에는 인성을 생각하면 안 돼요. 사람이 어떻게 저렇지,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이다. 있는 모습 그대로 보기 위한 노력은 늘 연습 중이지만 이번에는 생각을 덧붙일수록 짙은 씁쓸한 기분도 덧칠해진다. 세상이 삭막해질 거라는 이야기인지, 내 주변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인지 내년을 보내봐야 알 수 있겠지만 말을 아끼고, 감정을 비우며 '나'에게 더 집중해야겠다.


  20년 만에 본 타로카드는 한 마디로 좋았다. 예전의 가벼운 느낌 대신 쌓인 나의 시간만큼 타로카드의 메시지도 묵직한 깊이를 지니고 있었다. 삶이 하나이듯 무의식적으로 내가 하는 행동들도 하나로 연결된 것 같은 기분이다. 한때 흘러가는 대로 살아야 하는 것인가 내가 살고 싶은 대로 방향을 바꾸며 흘러야 하는 것인가 고민을 깊게 했다. 그리고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고 확신하지만 매 순간 고민하고 고르는 선택은 어쩌면 전자의 삶에 이미 프로그램처럼 들어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하여튼 잘 살고 있다는 중간 점검을 받았으니 다시 또 열심히, 나 답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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