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부터 퇴근 시간이 한 시간 당겨집니다.” 지난 6월 마지막 회의 때 대표님이 깜짝 발표한 내용이다. 우리 회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근무 체제였다. 하루가 10시에 시작한다는 거 빼고는 총 근로시간이나 휴게 시간, 연차 등은 다른 회사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 갑자기 하루 한 시간씩 일찍 퇴근하라니, 그렇다면 주 35시간 근무라는 말이다. 처음 이 말을 들은 직원들은 “그래 놓고 월급 줄이려는 수작 아냐?”라는 등의 말을 하면서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7월 1일, 우린 오후 6시에 퇴근했다. 그 시간에 일을 마치고 집에 가려니 뭔가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저녁 7시까지 일하다 보면 오후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집에 가서 밥을 먹으면 9시가 다 되니 채 소화도 못 시키고 잠자리에 드는 날이 많아서 소화 기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가끔 친구들과 저녁 약속을 잡기도 어려웠다. 대부분 6시에 퇴근하는데 난 7시에 퇴근이니 미안하게도 어지간하면 늘 내가 일하는 곳 근처에서 약속을 잡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 6시에 퇴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임금 삭감 없는 근로 시간 단축, 언론에서 자주 듣던 말이다. 대선을 치르면서 주 4.5일제, 주 4일제에 관한 공약이 나왔다. 사람들은 조만간 최소 주 4.5일제가 되는 건 아닌지 하는 기대감을 갖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일을 안 하면 경제가 망할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대표님은 “근로 시간 단축해도 생산성은 떨어지지 않겠죠?”, “단축된 시간 안에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겠죠?”라는 말로 직원들에게 믿음을 보이고, 새로운 정책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당부를 하셨다. "물론입니다.!" 직원들은 말은 안 해도 이 파격적인 정책을 몹시 반겼다.
노사는 보통 대립과 투쟁, 긴장 관계다. 돈 받고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들은 대개, 회사는 여차하면 노동력을 착취하려 하고,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복지를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본질이 이윤 추구이므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큰 틀에서 최소한의 제한과 규제를 하는 건 정부의 몫이다. 최대의 이윤추구와 상생의 중간에서 최선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정책을 세우고 조율해 나가는 건 기업 경영인의 몫일 것이다. 이번에 대표님이 이 결정을 하게 된 구체적인 배경이나 취지까지는 모르지만 나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내가 처음 직장 생활을 할 땐 주 5일제 시행 초기였다.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이 먼저 시작했고, 작은 회사는 격주로 시행하거나 직원들이 돌아가며 토요일에 당직을 하는 형태로 주 5일제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학교도 격주로 토요일 수업을 하지 않다 보니 ‘놀토’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지금은 주 5일제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제도다. 머지않아 주 4일 제도 당연한 시대가 올 것이다. AI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시대에 근로시간 단축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기도 한다. 우리 회사의 과감한 주 35시간 제도 시행이 성공해서 근로시간 단축을 주저하는 회사들에게 마중물이 되어 준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