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크림이 중성화 수술을 위해 동물 병원에 내원했다. 수술 전 피 검사도 하고 엑스레이도 찍었다. 한참 뒤 검사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얘기를 들었다. 검사 결과 크림이 백혈구 수치가 높고, 염증 수치도 높아서 수술을 못하겠다고 했다. 급성이 아닌 만성 가능성이 높단다. 스트레스 때문에 그런 것이면 당 수치가 높아야 하는데 당 수치는 정상이라고 했다. 여러 지표상 만성으로 보인다고 했다.
우리 집에 온 지 겨우 10일 째인데 그렇다면 그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아이를 분양했다는 말인가.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크림이를 데려오고 알레르기가 있는 아들 때문에 공기 청정기도 사고, 캣타워와 장난감을 사고 잘 지내보려 노력했는데 수술도 못할 정도라니 속이 상했고, 분양 업체에 속은 기분도 들었다. 업체에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검사 수치와 소견서를 보내줬다. 자기들도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잠시 후 연락을 해서 협력병원에 확인해 보니 수술을 못할 정도는 아닌데 그 병원 원장님이 너무 조심하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크림이를 다시 데려가 키우거나 크림이를 데려다가 협력병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하고, 2주 정도 케어를 해서 수치가 안정적이면 다시 인계하겠다고 했다. 후에도 상태가 좋지 않으면 자신들이 키우겠다고 했다.
아이가 무척 실망하고 속상해 한다. 크림이를 쓰다듬으며 아픈 줄 몰랐다며, 자기 간식비를 아껴서 치료해 주겠다고 한다. 무뚝뚝하고 타인의 감정에 관심 없는 녀석인 줄 알았더니 이런 측은지심이 있을 줄이야. 아무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이었다. 파양은 아들 녀석이 워낙 강하게 반대해서 안 하기로 했다. 내 생각에도 며칠이지만 정들었기에 가급적 우리가 계속 키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업체 사장님과 연락했다. 내일 저녁에 데려가서 토요일에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케어 후 다시 보내겠다고 했다. 며칠 안됐지만 막상 크림이가 없을 일을 생각하니 벌써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며칠 동안 집 정리 열심히 하고 청소도 깨끗하게 했다. 환기도 더 자주 시키고, 가족 간에 대화도 많이 했다. 집에 들어갔을 때 달려 나와 내 발목을 돌아 다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며 애교를 떨던 녀석이 벌써 눈에 선한 게 짧은 기간 정들은 모양이다. 가서 잘 치료받고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