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런 삶

움직씨 3

by 혼란스러워

많은 단어를 잊고 산다. 그만큼 삶이 단조로워지는 것일까. 한 번 생각한 움직씨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모든 단어를 다 써봐야 끝날 것 같다. 이야기의 연결 고리는 없다. 단어를 생각하고 그 단어가 그리는 내 삶 또는 주변의 삶을 생각해 본다. 아주 소소한 일상일지라도.


쓸다. 닦다.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뒤로 청소를 자주 한다. 로봇 청소기가 있지만 미덥지 않아 쓸고 닦는다. 어릴 때 시골집엔 마당이 있었다. 막내인 내가 해야 하는 일과 중 하나가 마당 쓸기였다. 대빗자루로 마당을 쓸면 나뭇잎이며 검불, 잔 돌 따위가 쓸려 나갔고, 마당엔 비질 자국이 남았다. 겨울엔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곤 했다. 그런 날엔 일찍 일어나 마당을 쓸었다. 9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우리 세대라면 누구나 좋아했을 노래 중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사이’는 이렇게 시작한다. “머리를 쓸어 올리는 너의 모습~”, 어색하거나 당황스럽거나, 민망한 상황에선 머리를 쓸어 올린다.


밀다. 끌다.

요즘 동네에 유모차가 부쩍 늘었다. 그런데 유모차에 아기가 타지 않고 강아지가 타는 경우가 많다. 개를 산책시키는 게 아니라 유모차에 태우고 밀거나 끈다. 시골에 가면 노인들에 유모차를 밀고 다니신다. 허리나 무릎이 아픈 노인들에게 유모차가 지팡이를 대신한다. 도시에선 힘겹게 손수레를 끌며 폐지를 모으는 분들이 있다. 가끔 마음 따듯한 분들이 박스나 신문지를 가득 싣고 가는 노인의 손수레를 밀어드린다.


심다. 뽑다.

지난봄에 나무를 몇 그루 심었다. 살구나무, 자두나무, 감나무, 대추나무, 매실나무, 앵두나무, 보리수나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농작물을 심던 밭을 놀릴 수 없어서 나무를 심은 것이다. 농작물을 심어도 관리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가보니 풀이 수북이 나서 나무를 찾기가 어려웠다. 장화를 신고 장갑을 끼고 밭에 들어가 풀을 모조리 뽑았다.


배우다. 가르치다.

나이를 먹어서도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배운다는 것은 세상에 보이는 겸손함의 표시다. 나에게 보이는 애정의 표시다.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 몇 배를 더 배워야 한다. 가르치는 것은 한 번 더 배우는 행위이다. 누군가 먼저 부탁하지 않았는데 가르치려 드는 것은 오지랖이다. 뻔한 것을 모르는 것 같아도 참아야 한다. 가르치려 들지 말자.


풀다. 묶다.

일과 인간관계는 꼬이기 쉽다. 어릴 적에 실타래를 갖고 놀다가 실이 풀어져서 심하게 엉키고 꼬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 번 그렇게 엉키면 풀기 어렵다. 그나마 초기에 푼다면 풀릴 가능성이 있지만, 너무 심하게 엉켜 버리면 풀기를 포기하고 적당한 지점을 찾아 끊어야 한다. 그래야 풀린다. 엉켜서 도저히 못 풀게 되어버린 부분은 버리고 끊어 버린 끝과 끝을 찾아 묶어서 이어야 한다. 일과 인간관계도 그렇다. 더 꼬이기 전에 풀어야 한다. 너무 늦어 버렸다고 판단되면 적당한 지점을 찾아 과감히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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