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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런 삶

기대

기대를 접자

by 혼란스러워

요즘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이다. 5년마다 치러지는 일이지만 이번엔 3년 만에 다시 하는 선거다. 전임자가 사고를 크게 치고 잘리는 바람에 다시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후보를 만나면 저마다 원하는 것을 말하느라 바쁘다. 이제 사람들은 세상이 좀 더 나아지기를 바랄 것이다. 대통령은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 한 사람이 세상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 사람들에게 세상이 나아질 것이라는 바람을 갖고 살게 할 수는 있다.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사람이든 회사든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나의 일방적 욕심이 담겨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듯이 대부분의 실망은 나의 기대가 원인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바라는 것을 줄이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결국엔 내 마음에 평안을 주는 길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오십 년이나 필요했다.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더 예민해지고 피로해지기도 하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큰 기대를 걸고 선거 운동을 지켜보기도 한다. 지난 대선 때 선거 운동 과정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바람에 선거가 끝나고 며칠을 마음 앓아야 했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어.”, “사람들이 참 무섭다. 사람 욕망이라는 게 정말 무서운 거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사람들을 탓하고 사회에 큰 실망을 했다. 생각해 보면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을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내 영혼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했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가는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당장 내 삶이 바뀌는 건 아니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유권자로서 관심을 갖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은 중요한 활동이다. 하지만 세상이 내 뜻과는 다르게 흘러갈 수 있음을 인정하고 어떤 환경에서도 중심을 잡고 내 삶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혐오와 분열은 개개인의 과한 기대가 모여 망상을 이룬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휩쓸리지 말고 냉정하게 생각하며 기대는 나에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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