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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런 삶

변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by 혼란스러워

“너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 TV프로그램에 나왔더라.” 며칠 전 친구가 나에게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응? 김** 선생님? 무슨 프로그램인데?” 난 당장 동영상을 검색해 봤다. 정말 그 선생님이 출연하신 방송 영상이 있었다. 머리가 희끗하게 변했을 뿐 얼굴 형태나 말투, 글씨체 모두 내가 중학교때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옆집에 사는 삼 형제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은퇴한 선생님 이야기였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아이를 대하는 모습, 권위적이지 않은 소탈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추억에 잠겨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영상을 보고 또 봤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날 알아보실까? 3년 동안 담임을 맡긴 하셨지만 그 사이 가르친 아이들이 한두 명이 아닐 텐데 못 알아보실 수도 있겠지. 그래도 3년 담임을 했으니 좀 특별하지 않나? 여러 생각이 들었다.


문득 선생님은 그대로인데 나도 선생님 눈에 그대로로 보일까 궁금했다. 선생님은 그때도 어른이었지만 난 그땐 어린아이였고, 지금은 중년의 아저씨다. 키는 컸고 얼굴은 노화했다. 순수했던 마음도 세상 때에 찌들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키나 얼굴 같은 외형보다도 내면이 아닐까. 몇 마디만 나눠보면 선생님은 금방 눈치채실 것이다.


중학교 3학년 성적표를 찾아보니 누런 종이 한쪽에 선생님이 수기로 쓰신 글이 보였다. “**이는 마음이 선선하고 사물을 보는 눈이 섬세합니다.”, “**이가 하는 공부가 나중에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쓰이면 좋겠습니다.” 피식 웃음이 났다. 정말 선생님다운 멘트다. 마음이 선선하고 사물을 보는 섬세한 눈을 가진 모습,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사는 모습으로 찾아뵈면 당당하련만 세파에 찌들고 먹고살기 급급한 모습으로 찾아뵈려니 뭔가 부끄럽기도 하다.


난 참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래도 마음이 선선하고 섬세한 눈을 가졌던 그 아이의 모습은 그대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달라지려고 노력하며 살았는데 그 모습만이라도 간직해야겠다. 선생님은 성적표 통지문 첫머리에 각 아이마다 이름을 불러 주셨다. 다른 건 다 변해도 그때 그 이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은 사람임을 증명해 줄 그 무엇 만큼은 달라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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