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표현력 기르기
아이가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할 때 매번 사줘야 할 것인가. 참을성을 길러주기 위해 때론 거절을 해야 하는가. 아이를 키우다 보니 어디까지 해줘야 하고 거절해야 할지 고민될 때가 많다. 내가 어릴 땐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먹을 게 많지 않던 시절이라 먹을 것에 욕심내기도 어려웠다. 가정 형편도 어려워서 옷도 신발도 좋은 것을 사지 못하고 늘 부족하게 살았다. 부족함을 경험한 건 나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부족함에 눌려 욕구 표현을 하지 못하고 자란 탓에 성인이 돼서도 내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거나 괜찮아.”, “난 다수 의견에 따를게.”, “다른 의견 없습니다.”,라는 식으로 내 의견은 제대로 생각하지도 않고 표현하지도 않았다. 내키지 않는 제안을 받아도 솔직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로 끌려다니기도 한다. 얼마 전엔 친구가 후배들과 만나려고 하는데 다음 주 수요일 시간 있냐고 물었고, 난 별로 내키지 않음에도 시간 괜찮다고 해버렸다. 십여 년 이상을 연락하지 않던 친구들을 갑자기 만나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즉시 거절을 못 하고 약속을 해버린 것이다. 약속 당일까지도 내키지 않는 마음을 끙끙 앓다가 용기 낸답시고 그 친구에게 솔직하게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안 가겠다고, 다음에 따로 만나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솔직한 마음을 전한 것은 잘했으나 당일에 약속을 깨버린 건 너무 미안했다. 다음부터는 내키지 않는 제안을 받으면 즉시 속마음을 얘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내 생각을 그때그때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가 어릴 때부터 표현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픈 땐 슬프다고 하고, 기쁠 땐 기쁘다고, 좋은 건 좋다고, 맛있는 건 맛있다고, 먹고 싶은 건 먹고 싶다고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가 그렇게 한다면 아이는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아이가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나부터 아이 앞에서 표현을 자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