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타나줘
별을 봤어. 유난히 빛났어. 추운 날 밤에 보는 별은 더 영롱해. 별이 하도 예뻐 한참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하늘을 덮어 버렸어. 별이 사라졌어. 한참을 기다렸지만 다시 나타나지 않았어.
보기만 해도 가슴 뛰는 너였어. 멀리서 걸어오는 너의 모습은 몇 배나 가까워 보여서 금세 알아볼 수 있었어. 말갛게 웃는 모습이 예뻤어. 남들 모르게 가까이 앉아 싱거운 농담에도 웃어 줄 때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어. 짓궂은 장난에 약 올라 하던 모습에도 내 심장이 뛰었어.
막대사탕 하나 받았을 뿐인데도 세상을 다 얻은 것만 같았어. 집에 가고 있다는 짧은 메시지만 받아도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어. 동글동글 예쁜 글씨로 깨알같이 쓴 쪽지에 내 마음이 얼마나 설레었는지 넌 상상도 못할 거야. 하늘이 파란 날엔 청량해서 좋았고, 비가 오는 날엔 운치 있어 좋았어. 넌 분홍색 티셔츠가 잘 어울리더라.
앵두 같았고 진달래 같았어. 복숭아뼈가 보일 정도로 짧은 바지도 예뻤어. 추운 날엔 따듯한 목도리랑 장갑을 사주고 싶었어. 분위기 좋은 곳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고 싶었어. 재밌는 영화를 같이 보고 싶었어.
크리스마스에 시내를 같이 걷고 싶었어. 함박눈이 내릴 때 같이 눈 맞으며 밤새 길을 걸어 보고 싶었어. 눈싸움도 해보고 눈사람도 만들고 싶었어. 시린 손을 잡아 주고 싶었어. 눈 내리는 골목에서 안아주고 싶었어. 같이 일출 보러 가고 싶었어.
같이 해변을 걸어 보고 싶었어. 자전거도 같이 타보고 싶었어. 얼굴이 어두워 보이면 무슨 일 있는지 어디 아픈지 걱정했어. 모든 사랑 노래가 우리 이야기 같았어. 이별 노래는 우리 이야기가 될까 봐 슬펐어. 모든 멜로 영화가 우리 이야기 같았어.
노래처럼, 영화처럼 우리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 우리의 이야기는 꼭 해피엔딩이 될 것 같았어. 보고 싶어. 손잡아 주고 싶어. 잘 지내는지 아프진 않은지 물어보고 싶어.
시간이 약이라지만 너에 대한 기억엔 효과가 없는 것 같아. 잠을 잘 수가 없어. 저 구름 지나가면 다시 보일까. 이 밤이 지나고 내일 밤이 되면 보일까. 잠시 반짝이다 여우별같이 사라져 버린 너.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