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인데 벌써 찜통 같은 더위가 시작됐다. 잠깐만 걸어도 땀이 흐르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기후 변화의 영향인지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더 더워진다. 추운 겨울보다 옷도 얇게 입어서 몸이 가볍고 땀이 나면 시원한 물에 샤워하면 되는 여름이 낫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 생각이 바뀌고 있다. 너무 뜨겁고 너무 덥다. 이미 지구가 버틸 수 있는 임계점을 넘었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렇게 더워지다가는 생태계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거 아닌가 걱정된다. 내가 좋아한 여름은 이렇게 6월부터 대책 없이 찌는 여름이 아니었다. 7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고 8월 초에 절정에 이르렀다가 8월 중순이 지나면 한낮의 태양은 여전히 뜨거워도 이른 아침이나 저녁엔 선선한 바람이 느껴졌다. 자연에 필요한 만큼만 더운 여름이었다. 여름 방학엔 냇가에서 미역을 감고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고 놀았다. 동네 어귀 큰 느티나무에 올라 시원한 그늘에서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밤이면 마당에 모깃불을 피우고 돗자리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며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다 잠들곤 했다. 귀를 찌르는 매미 소리와 뜨거운 태양, 그리고 선풍기 바람, 시원하고 새콤한 오이냉국, 미숫가루, 삶은 감자, 흙먼지, 소나기, 여름엔 이런 것들이 생각난다. 형들과 저수지나 냇가에서 밤낚시를 하며 바라보던 밤하늘의 별은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뇌리에 남아 있다. 풀벌레 소리와 비릿한 물냄새와 잔잔한 물가에 떠 있는 야광찌. 시원한 바람 한 점,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나무그늘 한 조각 없는 이 뜨거운 도시에 여름이 오면 그 시절 아름다웠던 여름 밤이 눈물나도록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