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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런 삶

초능력

by 혼란스러워

어릴 때 슈퍼맨처럼 등에 보자기를 두르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본 적이 있다. 높은 곳이라고 해봐야 내 키보다 조금 더 높았던 위험하지 않은 정도였다. 어릴 땐 그렇게 초능력을 갖는 꿈을 꾸곤 했다.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 몇 시간째 갇혀 있을 때 차가 날아올라 단 번에 목적지까지 가는 상상. 내 통장에 갑자기 숫자가 늘어나 큰 부자가 되는 상상.


답답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멋진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내는 상상. 상상은 끝이 없으니 무엇이든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하다 보면 잠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상상은 상상일 뿐 현실에선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일 따위 일어나지 않는다. 오늘도 변함없이 알람 소리에 일어나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 미처 해결하지 못한 일은 밀려 있다. 월급 받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통장의 잔고는 벌써 바닥을 보인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어른이 되고 보니 모든 일이 내 능력 밖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산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다. 사회에서 주어지는 일은 늘 내 한계를 시험한다. 내 능력을 초과해서 발휘하지 않으면 인정받기도 어려우며 살아남기 어렵다. 살다 보니 내가 할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내 능력이 보잘것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했다. 그런 것들을 인정하기 싫었지만 인정해야 버틸 수 있었다. 중요한 건 그 한계를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사람은 저마다 소질과 능력이 다르다.


그런데도 맞지 않는 곳에서 없는 능력을 발휘하려니 힘든 것이다. 그런 삶이야말로 당초 불가능한 초능력을 바라는 삶이 아닐까. 내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찾자. 타인에 의해 규정된 테두리에서 살다 보면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어렵다. 내가 나를 찾아야 한다. 내 영혼의 질문에 답해 보자.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불가능한 초능력을 찾을 게 아니라 가능한 능력을 발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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