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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런 삶

모래성

글쓰기는 모래성 쌓기다

by 혼란스러워

모래성 프로젝트에 참여해 글쓰기에 도전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한 개씩 주어진 글감으로 1,000자 분량의 글을 자유롭게 써서 올린 글들을 모아 종이 책을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25일 동안 매일 글을 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참여했다. 매일 받는 새로운 글감은 혼자 했더라면 생각하지 못했을 것들이 많았다. 그런 만큼 쓰기 편한 글감이 있는 반면에 도저히 쓸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억지로 써야 하는 글감도 있었다.


다행히 어제까지 모든 글감에 대해 주어진 시간에 글을 썼다. 어제까지 스물네 개의 꼭지로 글을 쓰는 과정이었는데 빼먹지 않고 해내서 무척 뿌듯하다. 꾸준히 쓰니까 된다는 걸 알았다. 글쓰기에 자신감도 생겼다. 잘 쓰진 않았다. 누구나 뱉어낼 수 있는 평범하고 일반적인 말들이 많았다. 내가 책을 읽을 때 무릎을 치며 밑줄을 그었던 문장들에 비하면 내가 쓴 글은 그냥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 같은 것이었다.


고치기는 했지만 여전히 초고에 머물러 있으며 수준도 낮은 글들이다. 하지만 이 또한 과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탁한 물이 시간이 지나면 맑아지듯, 내 글도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글이 될 것이다. 내가 가진 진부하고 평범한 말들을 모두 뱉어낸 다음엔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모래성 프로젝트를 통해 글쓰기는 고치기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처음에 프로젝트 이름이 왜 모래성일까 궁금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첫째, 글쓰기를 모래성 쌓기 하듯 해야 한다. 어릴 적 모래성 쌓기 놀이를 안 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모래만 있으면 즐겁게 할 수 있다. 잘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글쓰기도 놀이처럼 해야 한다. 둘째, 모래만 있으면 어떤 형태로든 성을 쌓을 수 있다. 물론 약간의 습기는 필요하다.


글쓰기도 그냥 두면 흩어진 채로 방치된 말들을 모아 단단한 성을 쌓는 과정과 같다. 단단해지도록 물도 부어주고 두드리고, 긁어내고 덧붙여야 한다. 기네스북에 오른 모래성 높이가 12미터라고 한다. 모래로 그 높이를 쌓기 위해 얼마나 두드리고 다듬었을까. 어릴 땐 모래성 쌓기가 최고의 놀이였지만 오십이 된 지금 글쓰기가 최고의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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