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확히 어디에, 어떻게 기대야 하는지...?
인생이란 한없이 겪는 일인 듯하다.
돌이켜 無로 되돌리고픈 일들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서는, 제법 그럴듯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마치 정말 없던 일인 것처럼 잘 지내다가도 다시 하염없이 가라앉는, 그런 시간들을.
시간의 치유력에 대해 숱한 말을 듣곤 한다. 시간이 가면 괜찮아져, 시간이 흐르길 기다려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거야, 와 같은. 즉, 시간에 기대어 괴로움이 흐릿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기대어 쉴 수 있는 아름드리나무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는 추상(抽象)이다. 위로와 치유의 실체가 없는 망막(茫漠)함이다.
돌이켜 無로 되돌리고픈 일들은- 시간보다 더욱 깊고 선명하게 마련인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기억이 희미해질지 도무지 기약이 없다.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과연 시간일까. 그 기억을 품고 사느라 넝마가 된 나 자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