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가는 길은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다시 만날 생각하면 설레지만, 결국 그 애를 설득하지 못하고 다시 무력하게 돌아올지도 모르는 이 길이 두렵다. 그래서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정말 오래 걸리지만 일반 전철을 타고 OO역으로 향했다.
그럼에도 약속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역 내 카페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지금 연락하면 너무 일찍 온 것을 알리게 되고, 한층 더 거북함을 안겨주는 셈이므로 약속 시간 10분 전까지 내 도착을 알리지 않았다.
시간이 다 되어 효진이의 모습을 찾아보기 위해 밖을 내다보다가…. 단박에 찾아버렸다. 긴 머리를 한 갈래로 높이 묶은, 흰색 반소매 티에 청바지, 베이지색 플랫슈즈 차림. 낯익은데, 낯선 모습. 상황이 이렇지만 않으면 뒤로 가서 놀라게 해주거나 옆에서 툭툭 쳐서 인기척을 내고 싶은데, 불쾌감을 줄지 모르니 대신 못 본 척, 전화를 걸어 내가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단지 친한 선배여서 마지못해 이 자리에 와 있는 거면 어떡하지. 이미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린 거면 어떡하지. 걱정이 앞섰다. 어색한 침묵. 마주 앉은 우리 사이에 견고하게 형성된, 보이지 않는 장벽.
이 상황은 몇 개월 전 내가 겪은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기분이다. 그때 난 체념했었기에 덤덤했고, 붙잡을 생각은 물론 설득할 의지도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완전히 그 반대였다. 난 절박했다. 그러나 이 절박함을 내비치는 건 자폭이나 마찬가지였다. 상대를 더 멀리 도망가게 할 참이 아니라면,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접근하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내 몸은 긴장의 신호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고, 손에 땀이 나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