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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진이는 인터넷 메신저에 남긴 쪽지는 물론, 전화에도 응답이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 며칠 동안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가는 걸 보면 번호를 차단하거나 한 것 같지는 않았다. 어느 날 저녁, 두 번, 세 번 계속 전화한다. 이런 내가 스스로 보기에도 스토커 같지만, 이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남자친구라면서 여자친구 집도 모르는, 내 불찰이니까.
딸깍. 받았다, 전화.
"효진아.”
...정적.
"잘 있었어?”
...
"내 말 지금 들려?”
...
"안 들리나? 아, 아.”
"... 들려요.”
"아, 흠흠. 들리는구나.”
...
"우리, 얼굴 보고 말할 수 있을까?”
...
"헤어지더라도 얼굴 한 번은 보고 헤어지고 싶다.”
...
"문자 몇 통으로 다 끊어내는 거 나한테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 안 해?”
...
"내가 갈게. 너 있는 데로.”
...
"잠깐만 시간 낼 수 있어?”
...
"부담스럽게 안 할게. 한 번만 만나자.”
이미 그 애를 부담스럽게 하고 있음을 알지만, 이렇게 떠나보낼 수는 없었다.
"토요일에 시간 낼 수 있어? OO역으로 갈게.”
...
"괜찮아?”
...
"효진아, 대답 좀 해 줘.”
"... 그럼, 오후 세 시에 봐요.”
"알겠어. 그때 만나자.”
점심을 먹기도, 저녁을 먹기도 애매한 시간이라 그 시간을 골랐을 것이다. 지금은 일요일 밤. 만나는 날까지 기다릴 생각을 하면, 차라리 그때까지 깊은 잠이 들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