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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명절이 지나고 어느 주말, G시에서 효진이를 만났다. 평이 나쁘지 않은 닭갈비 집에 들어가 이른 저녁을 먹고, 가게에 들어가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손을 잡고 거리를 걸었다. 커피를 사 들고 공원 벤치에 앉아 함께 가을의 상쾌한 저녁을 만끽했다. 조심해서 잘 들어가라고, 도착하면 연락하라고,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작별 인사도 나누었다.
여느 커플들과 다르지 않게 함께 보냈던 평범한 시간 덕분에, 다시금 연락이 잘 닿지 않는 것도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랬던 시간 때문일까. 메신저의 부재중 쪽지 속 문장과 마주친 순간, 사고(思考)가 정지되는 기분이었다.
<오빠, 미안해요. 노력해 봤는데, 오빠를 선배 이상으로 느낄 수가 없어요. 여기까지 같아요. 진짜, 정말 너무 미안해요>
이제 더는 어떤 것도 시도할 수 없는 무력감과 절망, 끝끝내 거절당했다는 참담함, 그 사이 어디쯤.
<너랑 잘해보고 싶었는데, 너는 아니었나 보다. 힘들게 해서 미안해. 행복하게 잘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