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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서 Oct 10. 2021

오늘의 박자.

BPM 69, Andante con moto.





요즘은 기상시간보다 취침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대략 밤 9시로 설정하고는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그만큼 잠자리에 일찍 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 다섯 시에 일어나면 그 하루가 좀 덜 고되었다는 의미가 되고, 여덟 시까지 자면 몸이 그만큼의 회복을 요했다는 증거가 되니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아직도 조금 어색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알람을 설정해 놓지 않더라도 대략 밤 아홉 시에 잠들면 깨야하는 시각에는 몸이 알아서 일어나 지더라.


오늘 아침은 오전 7시 조금 이전에 시작되었는데, 매일 마냥 세수하고 양치하고 머리를 빗고, 책상에 앉았다. 나 스스로는 ‘Page’라고 부르는 모닝 페이지를 쓰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잠깐 써 내려가는데, 갑자기 스산한 감정이 마음에 훅 불어왔다.


‘무료해.’ 일어난 지 몇십 분이 지났다고 무료하다니, 하고 나는 그저 들고 남에 자연스러운 감정을 나무랐다. ‘무료해’.라는 생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 순간엔 약간의 멘붕이 왔다. 웬 아침부터 생뚱맞은, 내지는 스스로에게 생뚱맞을 정도로 낯선 말을 뇌의 어떤 회선이 뱉어버렸으니 부지불식 뭔가에 당한 패배감이 들었다.


하루를 움직이는 힘은, 나의 마음을 동하게 하고,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로 채웠을 때 나오는데. 나를 움직일 만큼 내가 좋아하는 일. 그런 일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지금 이 시간을 억지스러운 어떤 것으로 채우고 있는 걸까 라는 약간의 회의감도 들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좋아하는 일에도 단계가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움직일 리 없는 내 마음을, 변화하지 않는 나를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힘이 그렇게 짜잔한 속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는 확고한 믿음 같은 것이 치받았다.


요즘 내 일상은 단순한 리추얼 몇 개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그 날치 완성을 기하게 되는 그 몇 개로도 그렇게 사소하고도 찬란한 변화가 나의 매일을 훑고 지나가는데, 산을 움직이는 마음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좋아하는 에, 마음이 동해서, 나를 움직이고  변화가 지속되는 데에도 그날의 박자가 있다는 것을 나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가끔 스마트폰 메트로놈을 틀어 순간에 짜증이 솟지 않는 박자를 찾는다.


오늘은 BPM 69, Andante con moto. 안단테보다 조금 빠르게, 그러나 활기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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