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카페의 루프탑에 앉아.
매번 다니던 익숙한 커피숍 옆에 새로운 커피숍이 하나 생겼다. 이 길을 오며, 가며 루프탑에 켜진 불빛을 보면서 언제 한번 가봐야지 한 게, 벌써 몇 개월이 되었다. 익숙함이라는 게 그게 참 무섭다. 주중보다 더 바쁜 일요일을 지나고 동네에 차를 세우는데, 시간이 늦었음에도 왠지 들어가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솟아 성큼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예상치 못한 손님에 카페 사장님이 마스크도 채 쓰지 못하고 주방에서 나와 아홉 시까지 영업하는데 괜찮으시냐고 물으셨다. “동네 사람이라 괜찮아요.” 하고 심심하게 웃고 코코아를 시켰다. 루프탑에 비가 들지 않느냐고 여쭸더니, 올라가는 계단이 미끄러우니 조심하고 테이블이 비를 맞지는 않는다고 하신다. 속으로 ‘예스!’를 외치고 아까랑은 다르게 살금살금 올라왔다.
조금, 저 멀리 톨게이트 불빛이 반짝이고, 조금, 더 가까운 큰길에는 차가 오가는 소리가 웅웅댄다. 내려다 보이는 동네의 큰길에는 세워져 있는 차와 가로등 몇 개만 존재감을 드리운다. 머리 위에 덩굴과 얽힌 조명을 벗 삼아서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하나 걸어놓고 이어폰을 꼈다.
아끼는 지인과 메신저로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그녀가 지금 읽고 있는 시선에 나오는 한 구절을 말해준다.
‘나의 사인은 너와 같았으면 한다.’
라는 문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어요.
잠시 대답하지 못하고 그 말을 응시했다.
얼마나 사랑하면, 얼마나 사랑하면 그럴까.
죽음의 이유가 같길 바라는 마음.
그, 혹은 그녀가 죽는 순간까지,
고통마저 나누고 이해하고 싶은 그런 마음.
그런 마음은 어떤 것일까.
어떤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