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나는 '잘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잘 살아야지. 하지만 식탁을 떠나 혼자 남겨진 방 안에서, 나는 그 말의 무게를 견딜 수 없었다.
잘 산다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고, 그걸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명절이면 어김없이 돌아왔다.
"이제 좀 안정된 거야?"
물음에 나는 애매하게 웃었다. 안정. 그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나는 알고 있었다. 결혼, 집, 승진. 하지만 내 삶에는 그 어느 것도 없었고, 있다 해도 그것이 나를 안정되게 만들어줄 것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대답했다.
"네, 괜찮아요. 잘 지내고 있어요."
거짓말이었다.
그 무렵 나는 누군가를 만나고 있었다. 정확히는 만나는 것도 헤어지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관계였다. 우리는 일주일에 두어 번 만났고,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깊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니, 들어갈 수 없었다. 나는 내 안이 텅 비어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고, 그녀 역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 날 밤, 그녀가 물었다. "너는 뭘 하고 싶어?"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하고 싶은 것. 그런 게 있어야 하는 걸까. 나는 그저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을 뿐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잠드는 것. 그 반복 속에서 '하고 싶은 것'을 찾는다는 건 사치처럼 느껴졌다.
친구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승진을 준비했고, 누군가는 이직을 계획했으며, 누군가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축하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질문이 맴돌았다. 나는 왜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걸까. 아니, 정확히는 무언가를 원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가까운 사람들은 늘 얘기했다.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냥 조금만 더 힘내면 돼."
나는 알고 있었다. 그 말이 위로라는 것을. 하지만 동시에 알고 있었다. 그 말속에 담긴 기대를. '조금만 더'라는 말은 결국 지금은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조금 더'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시절 나는 자주 새벽에 잠에서 깼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악몽을 꾼 것도 아니었고, 몸이 아픈 것도 아니었다. 그저 눈이 떠졌다. 어둠 속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하지만 답은 없었다.
답이 없다는 것이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잘 살라는 말이 가장 무거웠던 건,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잘 살지 못하고 있다는 걸 확인받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더 견디기 힘들었던 건, 잘 살고 싶다는 마음조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저 살고 있을 뿐이었다.
잘도,
못도 아닌,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