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에게
<여정 旅程>
바람길따라 나선 그대여
풍경이 흔들려도
소리마저 흔들리는 것은
아니었어요
오늘은 저문 강에 나와
그대를 보았습니다
붉은 노을이 강빛으로 젖어
그대의 헤진 옷에 물들어 가고
있었어요
그대는 말하곤 했지요
- 당신의 길 위에
다다르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해요
그때마다 나는
그대가 저문 강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물론 나도
알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존재를 다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그래도
오늘도
저문 강에 나와
노을에 젖어가는 그대여
강빛이 그대의 헤진 옷처럼
물들어도
흔들리는 건
강가의 저 갈대들임을 압니다
강가 갈대들의 몸 부비는 소리마저
흔들리는 것이 아님을
노을 깊은 강빛에 젖어
물들어 가는
그대의 뒷모습에
저녁노을 소리가 메아리치며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 靑駱齋 연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