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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maker Oct 04. 2024

거센 강물을 건너는 당신

쉬지 않는 생각, 무지, 욕망의 강물을 건너 본래 행복에 닿은 당신

<거센 강물을 건너는 당신

- 강을 건너는 겐지스 강가의 어느 노인  

    

노을이 지는, 갈대숲 너머로

붉은 해가 몸 부비는 

석양이 바라다보이는 

강변에서

당신은 말했습니다    

  

- 그렇지만 나는 놀고먹는 듯이 보여 

  다른 사람들처럼 밭 가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바라문들의 말을 들었습니다    

 

- 나는 그때 

  사람들에게 머무를 때는 가라앉았으며

  애쓸 때는 휘말려 들었던

  거센 강물의 흐름을 

  어떻게 건넜는지를 말해야만 했습니다   

   

당신의 눈에는 

이제 막 

자운영처럼 노을의 끝자락이 내렸고 

별들이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저 멀리 노을 끝, 갈대숲

갈대들이 몸을 여미고 강가의 물소리가 들려왔어요 

     

당신의 언어는 주홍빛이 되어 강 빛 위에 내렸고

어디쯤에선가 밤새들이 갈대숲을 찾아 

젖은 날개깃을 접고 있었어요      


- 내게도 씨앗이 있습니다

  씨앗을 심기 위해 멍에와 쟁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짐을 실은 소도 있습니다     


- 무거운 짐을 실은 소로 나는 밭을 갑니다    

  

바라문과 주변의 사람들의 비웃는 웃음소리는 커졌고 

그들의 표정은

당신이 걸친 낡고 헤진 납의(衲衣)를 대하듯

당신을 바라보며 그저 낄낄대며 웃었습니다   

   

- 내 씨앗은 믿음이자 본원적 행복입니다

  나에게 있는 멍에와 쟁기는 본래 행복과 익숙해지는 지혜입니다    

 

- 나는 믿음과 지혜로 

  무의식의 밭에 돋아나는 생각, 망상, 그 허상을 

  그 굴레와 속박으로부터 

  평온, 자유로움, 이미 행복으로 이끄는 정진의 길을 갑니다     


- 짐을 실은 한 마리 소가 

  하루해가 지고 있는 들판의 석양을 향해 가듯이      


갑자기 사람들은 조용해졌고 웃음소리는 자그러들었습니다

그때

당신의 헐고 빛바랜 납의

오른쪽 어깨 위 

한 마리 찌르레기가 울고 있었지요

찌르레기 울음소리는 

거기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섬, 섬, 섬

그 섬들 위에 가라앉은 적요조차 고독하게 물들였습니다  

    

- 나는 내가 가진 진실을  

    

- 잡초를 제거하는 낫으로 삼고

  몸을 수호하고 말을 수호하는 양식으로 삼고

  배에 맞는 음식의 양을 알아

  부끄러움의 자루를 비워내고

  내가 가진 새김, 익숙해지기를 품에 안고

  밭 가는 쟁기날과 소를 모는 몰이 막대로 삼아    

 

- 나에게 있는 인생의 굴레와 속박을 내려놓은 것입니다     

 

모여있던 사람들의 눈에 부끄러움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들 모두는 그렇게

하나씩 가지고 있는 섬

그 섬에 

갑자기 가고 싶어졌어요


어느 날엔가 섬에서 들었던 

비 내리는 소리

그 소리가 들리던 섬에 말이죠    

  

나는 이렇게 밭을 갈고 

  열매를 거두며

  해가 뜨고 지는 들판으로 걸었습니다  

   

그러면 

  산 밖으로 나오면 산이 보이듯

  강물 밖으로 나오면 강물이 보이듯

  그 알아차림새김익숙해지기로     


게으른 안락이 머물러 있는 곳에서는 가라앉지 않았고

  절제 없는 소유로 애쓰는 곳에 휘말려 들지 않아  

  거센 강물인 인간의 강()

  무릇 탐착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빚어낸

  그곳의 흐름을 건너

     

고통과 비애와 절망을 떠나보내기에 

  이 모든 것은 마침내 사라집니다

  

영원히      


하나, 둘 별들이 돋아나기 시작했어요

강 빛에 잠긴 

당신의 낡고 헤진 납의 위에도 별들이 내려왔어요

별들은 북극성을 품에 안고 

서쪽을 향해 여정을 떠나고

당신의 납의(衲衣) 위에 내려왔던 별들도

서쪽을 향해 떠납니다      


사람의 섬, 섬, 섬에서 그 여정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요


세상사 바람과 별과 숨결로 오신 

당신의 

거센 흐름을 건너는 발소리는   

   

섬에서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2022.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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