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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강물을 건너는 당신

쉬지 않는 생각, 무지, 욕망의 강물을 건너 본래 행복에 닿은 당신

by Rainmaker

<거센 강물을 건너는 당신>

- 강을 건너는 겐지스 강가의 어느 노인 -

노을이 지는, 갈대숲 너머로

붉은 해가 몸 부비는

석양이 바라다보이는

강변에서

당신은 말했습니다

- 그렇지만 나는 놀고먹는 듯이 보여

다른 사람들처럼 밭 가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바라문들의 말을 들었습니다

- 나는 그때

사람들에게 머무를 때는 가라앉았으며

애쓸 때는 휘말려 들었던

거센 강물의 흐름을

어떻게 건넜는지를 말해야만 했습니다

당신의 눈에는

이제 막

자운영처럼 노을의 끝자락이 내렸고

별들이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저 멀리 노을 끝, 갈대숲

갈대들이 몸을 여미고 강가의 물소리가 들려왔어요

당신의 언어는 주홍빛이 되어 강 빛 위에 내렸고

어디쯤에선가 밤새들이 갈대숲을 찾아

젖은 날개깃을 접고 있었어요


- 내게도 씨앗이 있습니다

씨앗을 심기 위해 멍에와 쟁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짐을 실은 소도 있습니다


- 무거운 짐을 실은 소로 나는 밭을 갑니다

바라문과 주변의 사람들의 비웃는 웃음소리는 커졌고

그들의 표정은

당신이 걸친 낡고 헤진 납의(衲衣)를 대하듯

당신을 바라보며 그저 낄낄대며 웃었습니다

- 내 씨앗은 믿음이자 본원적 행복입니다

나에게 있는 멍에와 쟁기는 본래 행복과 익숙해지는 지혜입니다

- 나는 믿음과 지혜로

무의식의 밭에 돋아나는 생각, 망상, 그 허상을

그 굴레와 속박으로부터

평온, 자유로움, 이미 행복으로 이끄는 정진의 길을 갑니다


- 짐을 실은 한 마리 소가

하루해가 지고 있는 들판의 석양을 향해 가듯이


갑자기 사람들은 조용해졌고 웃음소리는 자그러들었습니다

그때

당신의 헐고 빛바랜 납의

오른쪽 어깨 위

한 마리 찌르레기가 울고 있었지요

찌르레기 울음소리는

거기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섬, 섬, 섬

그 섬들 위에 가라앉은 적요조차 고독하게 물들였습니다

- 나는 내가 가진 진실을

- 잡초를 제거하는 낫으로 삼고

몸을 수호하고 말을 수호하는 양식으로 삼고

배에 맞는 음식의 양을 알아

부끄러움의 자루를 비워내고

내가 가진 새김, 익숙해지기를 품에 안고

밭 가는 쟁기날과 소를 모는 몰이 막대로 삼아

- 나에게 있는 인생의 굴레와 속박을 내려놓은 것입니다

모여있던 사람들의 눈에 부끄러움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들 모두는 그렇게

하나씩 가지고 있는 섬

그 섬에

갑자기 가고 싶어졌어요


어느 날엔가 섬에서 들었던

비 내리는 소리

그 소리가 들리던 섬에 말이죠

- 나는 이렇게 밭을 갈고

열매를 거두며

해가 뜨고 지는 들판으로 걸었습니다

- 그러면

산 밖으로 나오면 산이 보이듯

강물 밖으로 나오면 강물이 보이듯

그 알아차림, 새김, 익숙해지기로


- 게으른 안락이 머물러 있는 곳에서는 가라앉지 않았고

절제 없는 소유로 애쓰는 곳에 휘말려 들지 않아

거센 강물인 인간의 강(江)

무릇 탐착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빚어낸

그곳의 흐름을 건너

- 고통과 비애와 절망을 떠나보내기에

이 모든 것은 마침내 사라집니다


- 영원히


하나, 둘 별들이 돋아나기 시작했어요

강 빛에 잠긴

당신의 낡고 헤진 납의 위에도 별들이 내려왔어요

별들은 북극성을 품에 안고

서쪽을 향해 여정을 떠나고

당신의 납의(衲衣) 위에 내려왔던 별들도

서쪽을 향해 떠납니다


사람의 섬, 섬, 섬에서 그 여정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요


세상사 바람과 별과 숨결로 오신

당신의

거센 흐름을 건너는 발소리는

섬에서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2022. 5월

靑駱齋 ...레인메이커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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