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건강하게 지내실 것만 같았던 아빠
항상 건강하게 옆에만 계실 것 같았던 아빠, 폐암 선고 후 병원에 입원하실 때, 혜식이와 산책하던 어느 날이 이었다. 그날따라 유독 날씨가 좋았다. 매일 가는 산책길 문득 아빠차로 이동해서 산책하던 길목을 발견했다. 갑자기 주마등이 스치듯 기억이 났다. 그 자리에서 눈물이 났다. 애써 눈물을 머금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돌아다니던 길목의 나무들, 살살 불어오는 바람,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단지 아빠만 병원에 입원했을 뿐인데, 화창한 날씨에 밝은 기운을 주는 풍경은 이색적 이게도 나에게는 슬픔으로 다가왔다.
혜식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하게 냄새를 맡으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그런 혜식이를 보면서 씁쓸한 웃음이 났다. 평상시라면 아빠 하고도 주말마다 같이 산책하러 돌아다닐 텐데... 지금은 평일 주말 상관없이 나하고만 돌아다니니 혜식이도 내심 스트레스받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혜식이를 안쓰럽게 쳐다보는 나는 점점 시야가 흐려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세상은 그저 순리대로 돌아가고 있을 뿐인데… 나와 혜식이만 동떨어진 세계에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유독 흐릿한 시야, 마스크에 가려진 무너져가는 내 표정,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산책을 계속 진행했다.
처음에는 인지를 못했지만 점점 느껴지는 아빠의 공백을 서서히 느끼고 있었다. 매주 토요일 저녁 되면 현장에서 집으로 와 저녁을 드시고 간단히 혜식이와 산책을 하고, 일요일에는 엄마, 혜식이, 아빠, 그리고 나 이렇게 네 식구가 함께 산에 간단히 등산을 하고 밥 먹고 집에 오는 길에 잠깐 마트 들러서 장을 보고 그렇게 집에 오면 어느덧 저녁식사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던 그 순간들이 영원할 것 같았는데… 한 순간에 멈춰버린 일정들이 내 가슴에 답답하게 다가왔다. 겉으로는 태연하게 굴었지만, 내심 속으로는 행여 잘못될까? 암이라는 굴레 같은 공간에 영영 갇혀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고 혼란한 마음과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이 공존하면서 하루를 버텼다.
항상 옆에 있고 일상을 같이 보내던 우리 아빠, 아빠를 보면 투정 부리고 성질도 많이 냈는데… 그런 딸내미를 묵묵히 받아주시고 웃어주던 나의 아빠 그 모든 순간들이 감사하다는 것을 입원과 함께 비워진 아빠의 빈자리를 보고서 뼈저리게 느껴졌다. 그리고 아빠에게 했던 모든 행동들과 말들이 후회로 다가왔다. 아빠하고 다시 예전처럼 건강하게 같이 지낸다면 더없이 행복할 텐데…… 너무 큰 바람일까? 너무 큰 욕심일까? 여러 가지 감정이 요동치면서 내 마음의 홍수가 유독 많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