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박성현
울음을 데워 술을 빚었다 향이 짙어 멀리까지 달아올랐다 뼈를 잘라 가루를 내고 달빛으로 이겨 술잔을 만들었다 수은바다에 잔을 놓고 단숨에 들이켰다 잔이 돌아올 때마다 파도가 부서졌다 잔이 돌아올 때마다 밤과 낮이 뒤엉켰다
잔이 돌아올 때마다 죽음이 중지됐다
계간 서정과현실 2022년 여름호
[以後, 시작노트] 속초에서 며칠을 머물렀다. 밤새 서리가 내려도 그는 깨어 내 곁에 머물렀다. 속 깊은 우물처럼 둥근 그의 옆얼굴을 보면서, 드문드문 말을 짓는 여전히 메마르고 가냘픈 입술을 보면서 나는 부서지고 흩어졌다. 속초에서 나는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기억을 어찌할 줄 몰라 귀를 찢었다. 낮은 바람과 떨어진 나뭇가지가 해안을 뒤척이며 나를 위로했다. 나는 멀리 가더라도 돌아왔다. 나의 걸음은 반경이었고 언제나 모래알갱이에 파묻혀 있었다. 속초에서 머물렀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잤다. 그러나 그는 나를 떠나지 않았다. 그의 시간은 자꾸 나를 매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