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자는 사이클을 타고 공원으로 향했다 여유 있는 아침이고 유화의 주황처럼 웃음이 입에 덧칠되어 있었다 그녀는 바로 몇 분 전에 몇 조각의 치즈와 빵을 접시에 담았다 색깔을 잘 골랐다는 목소리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녹이 낀 청동 흉상을 지날 때
갑자기 어둡고 가파르며 무더운 날씨가 춘자의 좁은 발목에 파고드는 것을 느낀다 일주일 전, 그녀가 삼켰던 한 통의 수면제가 오히려 위를 깨끗하게 씻은 후에 시작된 감정의 나선 그때 사이클 한대가 사선으로 휘어지며 그녀의 옆구리를 스쳤다 치즈와 빵, 미지근한 물이 담긴 빨간 주전자가 머릿속에서 튕겨져 나갔다
버스는 아직 늦지 않았지만
이미 버스에서 내린 춘자는
아주 무거운 머리 밑으로 흐느적거리는 두 팔을 본다 밤샘 작업 후의 치명적인 아침이다 느리고 완만하게 걷는 것은 구두며, 입의 중앙에 침이 말라 있었다 그녀는 막다른 골목까지 와서 멈췄다 그리고 몇 걸음 더 가서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고양이 가장자리에는 아직 쓸쓸한 밤이 붙어 있다 먹다 남은 치즈가 수납장 위에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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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주전자는 아직도 끓고 있다 라디오는 색을 잘 골랐다고 경쾌하게 지껄였다 창밖 공원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샌드위치와 커피를 옆에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 초록의 한쪽이 텅 비면서 햇볕을 쏟아냈다 그들 중 셋은 모르는 사람이지만 웃음을 행해 표정을 집중했다
시집, <유쾌한 회전목마의 서랍> 문예중앙 2018
[以後, 시작노트] 문학의 본질은 '낯설게 하기'다. 이 개념은 글자 그대로 사물의 관습적 이미지와 의미들을 멈추게 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새로운 이미지와 의미를 이끌어낼 때 성립한다. 요컨대, 낯설게 하기는 미학의 돌려세움이자 지양이고, 새로운 지평을 향한 항해다. 판에 박힌 문구와 끝없이 투쟁하는, 비-대중적인 구조는 문학을 문학-속-에서 구원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려보자. 한 젊은이가 길고 달콤한 잠에서 깼을 때, 거대한 갑충으로 변한 자신을 발견한다. 이 서사 구조만으로도 카프카는 낯설게 하기를 완성하고야 만 것이다. 이와 동일하게, 시도 대상을 뒤틀어버린다. 대상에서 출발한 냄새와 시선과 모양을 내적 필연에 따라 파열시킴으로써, 시는 대상을 대상 그 자체에서 구원한다. 춘자는 밤샘 작업 후 마치 '사물'처럼 변해버린 육체를 겨우 옮기면서 버스에서 내린다. 버스에서 내릴 때, 춘자는 버스를 기다리는 춘자를 본다. 그녀는 유화의 주황처럼 웃음을 입에 덧칠한 채 버스가 오는 방향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므로 누구의 주의도 사로잡지 못한다. 마치 '판에 박힌 문구'를 화려하게 디자인한, 시청 포스터 앞에 선 느낌이다. 그때 춘자는 골목을 향한다. 느리고 완만하게 걷는 것은 구두고, 침은 입의 중앙에서 바싹 말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