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창작기금선정작
흙비가 내렸다
흙비는 숲의 차가운 냄새를 지우고 초록과 갈색을 삼켰다
숨 쉴 때마다 폐에 흙과 먼지가 들이찼다
모세혈관과 동맥까지 쌓였다
흙비가 내렸다 제멋대로 꺾어진 나무에 진흙이 들러붙었다
흙비는 주문을 외우듯 온갖 종류의 목숨을 거뒀다 맨 처음 새가 지워졌고 하루살이와 양서류, 거미와 설치류가 사라졌다
숲의 생명들은 자라고 교미하고 번성했으나 다시 흙으로 돌아갔다
*
어느 날 흙비가 잦아들었을 때 숲은 뼈를 뱉어냈다
자신의 뼈를 찾아내고 희미하게 웃는 짐승들, 그러나 흙비가 내려 더는 움직일 수 없었으므로
빗장을 더 단단히 조였다 오래도록 흙비가
내렸다 오래도록 내려 숲에 박인 얼음과 눈이 녹아내렸다 썩은 냄새와 색깔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흙비는 진흙을 모으고 밤낮으로 반죽했다
초록의 갈색을 빗었으며 뼈를 만들고 겨울과 구름에 박아 넣었다 흰색이 생겨나 차츰 짙어지더니 조심스럽게 굴절했다
그것은 낮의 일,
밤에는 계단을 올라 다락에 누웠다
*
흙비가 내리고 무덤이 닫혔다 흙비가 내렸으니 무덤이 닫혀야 했다 흙비가 내릴 때까지 무덤에는 진흙이 쌓일 것이다 흙비가 내렸으나 풀린 개들은 뼈만 앙상한 사람들을 향해 달렸다 겨우 살아남은 자들도 곤봉으로 맞아 머리가 터졌다 다시 흙비가 내리고 무덤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