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창작기금선정작
소년은,
아버지 손에 이끌려 엉겅퀴와 가시나무뿐인 숲으로 갔다
소년이 사흘 밤낮을 지내야 하는
낡은 오두막에서 아버지는 말했다; 얘야 너는 슬픔을 가질 수 없단다
소년은 공중에 떠 있는 희미한 목소리들을 들으며 잠들었다 비가 내렸다 흐름과 물결 사이의 비였다
소년이 살아온 생애가 빗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비가 쏟아졌다 숲에서 암갈색의 덩어리가 융해되고
기도와 한탄이 소년의 식은땀에 고였다
멀리서 사람들이 소년을 찾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꿈에서 깬 새벽 아버지가 사라졌다
아버지는 소년을 피비린내 속에 버려두고, 비를 불러냈으며, 벌레들이 바글거리는 숲 속으로 사라졌다
소년은,
유령이 되어버린 아버지를, 그 형편없는 부재를 저주했다
그때 한 무리의 사냥꾼이 찾아와 늑대들을 모조리 죽였다며 짐승들의 심장을 소년에게 던져 주고는 빠르게 사라졌다
둘째 날 좁은 문틈 사이로 빛이 흘러넘쳤다
사방을 검붉게 덧칠한 황혼 혹은 사물을 압착해 평면으로 만들어 버린
육중한 프레스처럼 거대하고 숭고한 빛
소년은 문을 열고 용광로에 뛰어들었다
빛은 소년의 살과 뼈를 감싸는 즉시 녹여버렸고 더욱 팽창해 낡은 오두막과 숲 전체를 삼켰다
육체가 사라진 소년은,
몸이 없으니 끈적끈적한 안개로 태어났다 가까운 곳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소년을 밟으며 지나갔다
셋째 날 소년은 오두막의 문을 열었다
엉겅퀴와 가시나무는 끝이 없었다 이끼와 잡목과 뒤섞인 채로 불쑥 솟았다가 사라졌으며 멀리 가면서도 되돌아왔다
소년이 가질 수 없는 슬픔은 끈적끈적한 납의 안개
색과 빛을 빨아들이는 사물들이 숲의 가장자리에서 중앙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
악몽에 방치된 사흘 밤이 지나고
소년은 문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색채가 사라진 눈송이가 망망대해처럼 무겁게 내렸고
어디선가 시체를 덮는 석회냄새가 났다
그때 관절과 뼈마디,
혈관이 다 보일 만큼 투명해진 두 다리를 움직이며
늙은 소년이
오두막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