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비내린 May 03. 2020

앵프라맹스, 고객의 자발적 선택과 팬덤을 만드는 핵심

포노사피엔스를 읽고서

<포노사피엔스>의 저자는 스마트폰이 가져온 새로운 문명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얘기했다. 책에선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과 반감은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부정적인 면만 보고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얻은 편리함, 확장성 그리고 변화하는 삶의 방식에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다.  


포노사피엔스란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로 사용하는 신인류를 의미한다. 포노사피엔스 시대의 특징은 고객의 자발적 선택과 팬덤에 의해 소비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디어의 소비패턴을 보면 앞으로의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현재 미디어는 팬덤 중심으로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는 더 이상 기업이 전달하는 광고 메시지를 믿지 않는다. 그보다는 상품과 서비스를 사용한 다른 사람의 후기 그리고 직접 참여에서 그 가치를 느낀다.


팬덤 3.0, 스타를 직접 키워내는 소비방식

팬덤 중심이라 하면 한국의 아이돌 문화가 가장 먼저 떠올린다. 세대별 아이돌 팬덤문화를 다룬 <팬덤 3.0>은 프로듀스 101을 전후로 팬덤문화가 확연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기획사가 키우고 만들어낸 스타를 중심으로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이었다면, 팬덤 3.0 시기에는 직접 스타를 만들고 키워내는 소비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포노사피엔스>에선 고객에 감동을 주는 요소 중 하나로 실시간 대응능력을 꼽았는데, 팬들이 요구하는 것(콜라보, 의상 등)을 듣고 즉각 반영해주는 기획사의 대응이 바로 그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의 팬덤문화를 잘 반영한 앱서비스로 IDOL CHAMP와 Mubeat을 들 수 있다. 두 서비스 모두 처음 앱을 시작하면 좋아하는 아이돌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 아이돌을 선택하면 해당 아이돌의 영상과 커뮤니티를 보여준다. 앱에서는 투표를 통해 내 아이돌을 상위차트에 올리거나, 포인트(Mubeat의 경우 비트)를 사용해 일정 모금액을 넘으면 홈화면, 지하철 광고판 등에 아이돌을 홍보할 수 있다. 



IDOL CHAMP와 Mubeat는 투표와 광고 모금으로 팬들이 아이돌을 홍보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감능력, 나만을 위한 서비스

소비자가 좋아할 만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선 소비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세계 최고의 제품, 세계 최초의 서비스만으로는 소비자를 사로잡지 못한다. 성능이 아무리 좋더라도 그것을 체감하지 못하면 특별히 불편하지 않는 한 사용하지 않는다.


<포노사피엔스>는 그보다는 '나를 배려하는 제품', '나만을 위한 서비스'에 사람이 몰리는 현상을 주목하며, 기술보다는 배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에 접한 앱 중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서비스로 'Perfitt'이 있다. 발 크기 측정 키트를 받아 사진을 찍으면 발 사이즈에 맞는 신발만 추천하는 서비스이다. Perfitt은 같은 사이즈로 표시되더라도 발볼이나 발등 때문에 맞지 않아 환불하는 불편함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얼마나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성공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내 발에 맞는 사이즈 신발을 판매하는 Perfitt


스토리와 디테일

소비자가 자발적인 선택을 하게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스토리와 디테일에 있다. <포노사피엔스>에서 언급한 앵프라맹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너무나 미세한 차이, 그러나 본질을 바꾸는 결정적 차이'는 디테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사람들에게 인기를 끄는 킬러콘텐츠는 '이건 꼭 경험해봐야 해'라고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권유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의미한다. 킬러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고객에 감동을 주는 스토리와 디테일을 갖춰야 한다. 나는 VR게임을 그 예로 들고 싶다.


밸브에서 내놓은 신작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VR게임의 기대치를 높여준 작품이다. 그동안 VR게임의 인기가 적었던 이유는 VR기기의 높은 가격도 있지만 VR기기로 해야만 하는 가치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VR기기만이 제공할 수 있는 현실감을 구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는데, 이를 밸브에서 해결했다. 

밸브의  신작 하프라이프: 알릭스


<하프라이프: 알릭스>에선 밸브 인덱스 컨트롤러를 이용해 손가락 마디를 움직일 수 있고 게임 내 사물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게임 내에서 컨트롤러로 피아노를 치는 재밌는 영상을 최근에 봤다. VR 컨트롤러를 직접 만들어 섬세한 손동작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마우스와 키보드만으로 구현하기 힘든 게임 요소를 넣은 것이다.


https://youtu.be/ePMZL4mM4ng

VR게임에서 피아노를 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런 영상은 기업이 만든 것이 아니라 게임유저가 만들고 공개한 것이다. 킬러콘텐츠는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보다 더 디테일하게 접근해야 하며, 소비자에게 놀 거리(영상이든 글이든 인증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


요약하면

포노사피엔스 시대에 기업이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소비자는 자발적인 선택과 팬덤에 의해 소비활동을 한다. 팬덤을 형성하기 위해선 소비자의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며, 개인화된 서비스로 특별한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객에 감동을 주는 스토리와 디테일을 통해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킬러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잘 해내는 서비스만이 미래에 생존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로페이 쓰려다 책만 구입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