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비내린 May 08. 2020

플랫폼 거인기업의 양면성

플랫폼 제국의 미래를 읽고서

플랫폼 비즈니스모델을 공부하고자 최근에 <플랫폼 레볼루션>을 구매했었다. <플랫폼 제국의 미래>는 이에 연장선으로 읽은 책인데, 예상과 달리 플랫폼 기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으로 전개되어 신선했다. 저자는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네 개의 거인기업을 재앙을 가져올 네 명의 기사는 아닌지 묻는다. 이전에는 네 기업의 혁신성에 감탄하기만 했다면 소수 기업의 독점이 불러올 문제점들 또한 균형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플랫폼 제국의 미래>는 각 기업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아마존

아마존은 원시시대 수렵-채집 본능을 이용해 소비자로 하여금 강박적인 과잉수집을 지속하도록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매장이라는 스토리를 가진 아마존은 더 낮은 비용, 더 넓은 선택폭, 더 빠른 배송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소비자는 아마존을 이용함으로써 '더 많은 것을 더 적은 노력으로 수집하려는' 욕구를 충족한다.


소매유통업의 역사를 살펴보면 발상의 전환이 소매유통업의 구조와 고객의 인식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과거 전통 소매점은 인접성이 중요한 가치였다. 고객은 직접 가게에 가서 물건을 구매해야만 했기 때문에 주거지 근처에 가까울수록 유리했다. 특히 TV가 보편화되기 이전에는 지역사회 공동체의 소식을 담당하기도 해 고객과 기업의 관계가 가장 가까운 시기이기도 했다.


백화점은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했다. 원래 기업이 고객에게 무엇이 가장 좋은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면, 백화점은 고객이 이미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거기에 맞게 기업이 제공해야 한다는 역할로 전환된 것이다. 이 시기에 셀프리지스 백화점의 창립자 해리 셀프리지는 '고객은 언제나 옳다'라는 말을 처음 만들었다.


몰은 20세기 중반 자동차와 냉장고의 등장으로 이동거리가 늘어나면서 도시 근교 위주에 세워졌다. 더 먼 곳에서 물건을 대량 구매하고 냉장고에 저장하는 식으로 소비의 변화가 일어났다.


창고형 대형할인점은 '유통업체가 상품의 대량 구매로 얻는 비용 절감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려준다'는 발상으로 탄생했다. 이때부터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얼마나 싸게 구매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해지면서 소비의 평준화를 만들어냈다.


소비의 평준화는 자신의 삶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를 방치했다. 이런 틈새를 파고들어 배타적인 브랜드에 초점을 맞춘 전문유통점이 생겨났다. 부유한 고객은 자신이 얼마나 세련되고 멋진 사람인지 알려줄 물건을 사면서 기쁨을 느꼈다.


현재는 전자상거래의 시대이다. 아마존은 인터넷이란 가상세계를 통해 현실세계의 제약(가령, 매장건물을 짓고, 직원을 고용하는데 걸리는 시간) 없이 수천만 명의 고객에 곧바로 다가갈 수 있다. 아마존의 미래전략은 클릭 없는 주문 즉 제로클릭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아마존 고와 에코 서비스는 제로클릭으로 변화하기 위한 일환이다.


아마존의 미래전략은 섬뜩하게 느껴진다. 알렉사라는 AI스피커를 가정에 보급함으로써 아마존 회원이 음성인식으로 구매하기를 유도하는데, 이는 소비자가 점차 알렉사에 구매를 맡기게 되면서 브랜드의 가치가 점차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에서도 현재 검색기에서 브랜드명을 검색하는 횟수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

저자는 애플을 사치품 산업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사치란 인간적인 조건을 초월해 성스러운 완벽함에 가까이 서고자 하는 본능과 잠재적인 짝짓기 대상에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을 연결하는 것이다.


사치품 브랜드는 공통적으로 5가지 특성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특성들은 아래와 같다.

하나, 우상화한 창업자
둘, 장인정신
셋, 수직적 통합
넷, 세계 무대로의 확산
다섯, 프리미엄 가격

스티브 잡스는 혁신의 아이콘이라 부를 정도로 신격화된 인물이다. 더욱이 이른 나이의 죽음은 잡스의 위대함에 더욱 초점을 맞추게 했다. 저자는 잡스가 실제로 직원을 함부로 다룬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아버지로서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애플의 본질은 단순성 즉 궁극적 세련미에 있다. 단순성은 매끈한 외양과 사용의 편리함을 수반하며 애플 제품을 사용할 때 느끼는 즐거움으로 브랜드에 충성하게 된다. 


수직적 통합은 제품 생산부터 판매까지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은 매장이 주는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닫고 오프라인 직영점을 오픈했다. 매장에 들어왔을 때 직접 만지고 느끼는 경험은 온라인에서의 광고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부유한 집단의 특성은 유사하다. 중산층으로 내려갈수록 각기 다른 특성과 개성을 가지는 반면 부유한 사람들은 유사한 특성을 공유한다. 이에 부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치품 브랜드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보다 문화적 특성에 덜 영향을 받으며, 세계로 확산되기 쉽다.


마지막으로 높은 가격은 품질과 배타성을 보장한다. 애플 제품을 가진 사람은 높은 지위를 한층 더 드러내 준다고 느끼게 한다. 또한 이성에게 매력적인 상대로 보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 구매하게 만든다. 사치품 산업은 유행을 타지 않아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저자는 사치품 산업의 특성 때문에 애플이 네 개의 거인 중 22세기까지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견했다. 기업이 오래 생존하기 위해선 사치품 브랜드의 특성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당신이 갖고 싶어 할 그 무엇'을 제시한다. 바로 '인간관계'이다. 인간관계의 깊이가 깊을수록, 의미가 있을수록 행복수준은 높다. 페이스북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풍성한 인간관계를 맺는데 도움을 준다. 페이스북이 고객의 인간관계 정보를 바꿀 때마다 네트워크 상의 행동 변화를 분석한 자료는 흥미롭다. 분석에 따르면 페이스북 이용자 중 짝이 없는 사람은 짝이 있는 사람보다 페이스북으로 소통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의 수익 창출은 광고에 있다.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인 광고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는 사용자가 포스팅한 글과 '조회', '좋아요' 등에서 표적을 세분화하고 고객의 취향에 맞는 광고만 노출하기 때문이다. 


한때 페이스북은 선거여론 조작과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았다. 페이스북은 미디어로서 콘텐츠의 진위성을 구분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정작 그들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가 아닌 콘텐츠를 위한 플랫폼이라고 표명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 회사로 인식되면 콘텐츠에 대한 윤리적 책임이 동반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가 제공하는 콘텐츠가 중립적이라 생각하며, 스스로 진실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 뇌전도 실험에 따르면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뇌에서 운동피질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콘텐츠를 클릭할 때 논리적인 판단보다는 충동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 그리고 '좋아요'를 받는 것이 소속감, 인정, 안전 욕구에 기반한 것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소셜 미디어의 알림 기능이 슬롯머신과 비슷한 점을 설명했다. 가령 사람들은 글을 올렸을 때 과연 내가 좋아요를 2개만 받을지 아니면 200개를 받을지 궁금해하며, 얼마나 받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해 앱을 들락날락하게 된다. 한편으로 공유 기능은 인정의 욕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가 진짜라 믿는 것을(심지어 읽지 않아도) 다른 사람과 공유해 자기가 속한 그룹의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구글

구글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려주는 신과 같다. 저자는 가까운 가족과 연인에게도 말하지 않는 사실들을 구글에게 묻는 행동을 주목하며, 사실상 구글만큼 사람의 내밀한 정보를 보유한 기업은 없다고 말한다. 만약 이런 정보를 악용한다면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위험성 때문인지 구글은 다른 기업에 비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추측했다.


구글은 인터넷 시대에선 신뢰 경제가 필요하다고 예견하고 자사 홈페이지를 검색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구글 홈페이지에는 구글 두들(홈페이지 로고)과 검색창 외에는 아무런 광고가 없다. 또한 언론사 등과 같은 여러 홈페이지를 검색결과에 노출시켜 서로가 이득을 본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사람들이 점차 정보를 얻는 채널을 구글에 의존할수록 구글이 보여주는 결과를 진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구글 검색페이지 1면에 보이지 않는 브랜드들은 사람들의 인식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는 더 이상 TV와 같은 매스미디어로 브랜드 광고를 대대적으로 하는 것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으로 검색어는 인구통계학적 구분에서 나아가 개개인을 독특한 문제와 목표 그리고 욕망이 있는 개인으로 인식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검색 정보를 통해 구글은 광고 사업에서 유리한 위치를 잡게 됐다. 개인의 취향에 맞는 광고 그리고 개인의 행복에 맞춘 맞춤형 광고로 마케팅 대상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 광고 설정에 들어가면 광고 개인 최적화를 볼 수 있는데, 구글에 기록된 검색정보에 따라 고객이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지 안내하고 있다. 성별, 연령부터 소득수준까지 꽤 정확하게 나오는데, 구글이 얼마나 고객을 세부적으로 타깃팅하는지를 알 수 있다.

구글 광고 개인 최적화

정리하자면

저자는 플랫폼 거대기업의 반열에 오를 기업 후보로 알리바바, 테슬라, 우버, 월마트, 마이크로소프트, 에어비엔비, IBM 등을 꼽았다. 저자는 이 기업들이 거대기업이 되기 위해선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이 거대기업으로 도약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다른 기업이 놓치는 가치를 알아채거나 그들이 뽑아내지 못하는 가치를 뽑아내는 것, 감정과 욕구에 기반한 가치 제안, 고객 경험에서 무언가를 덜어내 고통을 제거하는 것, 수직적 통합으로 고객 경험을 통제하는 것 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제국의 미래에서 개인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저자는 디지털 시대 노동자는 수많은 이해 당사자를 상대하기 위해 온갖 역할을 바꿔가며 수행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는 성숙한 사람에게 유리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성숙함은 정서적 성숙을 의미한다.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은 자기인식, 자기규제, 동기부여, 공감, 사회성 관련 기술을 두루 갖춘 사람이 이끄는 기업이 높은 성과를 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개인은 자기 정체성을 뚜렷하게 가져야 하며(자기 인식), 외부자극에 쉽게 충동적인 감정이 드러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자기규제). 또한 성과를 내는 것에 이끌리는 것(동기부여)와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는 공감, 그리고 사람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관계를 맺는 사회성을 길러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https://ko.wikipedia.org/wiki/%EA%B0%90%EC%A0%95%EC%A7%80%EB%8A%A5

이미지출처: Photo by Mason Hassoun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일란성쌍둥이라서 좋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