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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May 14. 2020

우리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요?

한국의 취준생이 바칼로레아 철학에 답하다 (16)

그분들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믿는 진실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비록 자기가 꾸며낸 진실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자기 거짓말을 자기가 믿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입니다.
<헌법의 풍경> 중


이번 질문은 정직함에 관한 주제를 다룹니다. 그것도 상대방이 아닌 자신에 대한 정직을 말하지요. 정직이란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없이 바르고 곧음을 의미합니다. 앞에 거짓탐지기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손을 얹고 우리는 늘 진실만을 얘기한다고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심리학에선 '자기 합리화'란 방어기제를 설명합니다. 본인의 잘못된 행동이나 실패에 대해 나름의 이유를 들어 정당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자신이 그런 일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 자기 합리화를 하게 될까요? 나쁜 일이 발생한 원인과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지각할 때 우리는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낍니다. 수치심에 관해 연구했던 준 프라이스 탱니를 비롯한 학자에 따르면 이 두 가지 감정은 "사회적, 도덕적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얼마나 잘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가장 즉각적인 피드백"이라고 설명합니다.


부끄러움은 자신의 정체성과 체면과 관련해 느끼는 감정이라면, 죄책감은 자기의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에서 느끼는 감정입니다. 우리는 전자의 감정을 느꼈을 때 잘못을 은폐하려고 하며 스스로 정당화시키려고 합니다. 반면 후자의 감정을 느꼈을 때 잘못을 인정하고 수정하려 노력합니다.


즉 우리는 부끄러움이란 감정을 느낄 때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외부의 화살로 돌리고 그 상황을 잊으려고 합니다. 물론 찜찜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저 기억에서 희미해질 즈음에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죠.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의 저자 페넬로프 러시아노프는 당신이 거절당한 느낌이 든다면 그 느낌이 반드시 진실이 아닐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는 자신에게 '더 긍정적인 상황이 진실이 아닌 이유가 있을까?'라고 물어봐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누군가에게 거절당한다고 느낄 때 사실 당신이 거절한 것은 상대가 아니라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움은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고 대단한 사람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서 경향이 보인다고 합니다. 남들보다 잘나고 싶은 마음이 '~해야만 해'라는 의무가 돼버린다면 조금의 흠결도 남기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실수로 인해 생긴 부끄러운 감정을 숨기고자 자기를 정당화한다면 매번 실수를 할 때마다 변명거리만 늘어나고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변화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잘못된 것만 같아 숨기고 싶으신가요? 괜찮습니다. 부끄러움에 숨기려 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저도 그렇습니다. 적어도 자신에게만은 감정을 직시하고 살펴봐주시길 바랍니다. 그런 다음 반성하고 다시 시작해도 좋습니다.



참고자료: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14177

이미지 출처: Photo by Joshua Hoehn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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