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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Jun 10. 2020

밀리의 서재와 특별한 인연

앱 크리틱 탐구 매거진 후일담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브런치를 하길 잘했다는 순간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 브런치를 해서 다행이라 느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혼자 간직하기엔 아까워 이렇게나마 후일담을 남기려 한다.




밀리의 서재편 글을 쓴 지 한 달이 지난 시기였다. 나는 아래 문장으로 시작하는 브런치 제안 메일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밀리의 서재 독서플랫폼 팀입니다.


메일에는 리뷰 남겨주신 걸 잘 봤다며 책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얘기가 담겨있었다. 밀리의 서재라니!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글쓰기를 함께 했던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이 기쁨을 누구보다 글을 통해 성장하려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너무 좋은 소식이라며 책을 여러 권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얘기했다. '에이, 설마' 나는 손사래를 치며 '책 한 권 정도겠죠'라고 쑥스럽게 말했다. 그다음 메일에 정말 감사했다는 답변을 전하며 받을 주소를 남겼다.


내심 기대를 했건만 한참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이전에도 브런치로 한두 번씩 제안을 하고 뒤에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 잊어버렸나 싶었다. 그저 해프닝 정도로만 여기고 넘어갔다. 바로 오늘 아침까지도 말이다. 띵동. 커피를 마시던 중에 초인종이 울렸다. 밖에 나가보니 우체국 택배 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부피가 꽤 큰데? 상자를 받아 들며 묵직한 무게를 느꼈다. 상자 위에 부착된 주소지를 바라보니 기대했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밀리의 서재팀'


테이프가 잘 뜯어지지 않아 근처에서 칼을 찾았다. 상자 날개 부분을 칼로 한 번, 두 번, 세 번 쓱쓱 긋자 날개가 벌어지면서 내용물이 보였다. 아니 세상에 이렇게나 많이? 얼른 내용물을 식탁에 꺼내놓았다. 오리지널 책과 작은 수첩 그리고 달력. 그 아래에 빨간 머리 앤이 그려진 엽서가 있었다. 바른 글씨로 또박또박 쓴 글에는 '리뷰를 팀원이 모두 읽었고 감동받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반성하며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엽서를 내려놓고 방 여기저기를 맴돌았다. 감동하기엔 두근거림은 없었고 기뻐하기엔 멍했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마치 원더랜드에 떨어진 앨리스의 기분이랄까.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것들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이 특별한 인연을 얘기하려면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한창 밀리의 서재 글을 쓰고 있을 무렵 페이스북 피드에 밀리의 서재 디자이너분의 글이 올라왔다. 앱서비스를 개편하는 과정을 담은 글이었다. 아무리 내가 열심히 분석을 한다고 해도 내부자 시선만큼 따라잡지 못한다. 이러다 비교되겠다 싶어 다급하게 글을 마무리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글을 5월 초에 발행하고 나서 한참이 지난 뒤 오랜만에 밀리의 서재팀에서 새 글이 올라왔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글을 읽고 라이킷을 남겼다. 누군가 라이킷한 목록을 봤던 것 같다. 밀리의 서재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브런치를 구독했다는 알림이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밀리의 서재팀에서 내 글을 발견해주었다. UX분석을 하면서 현직자가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피드백을 받고 싶어서였다. 그런 소망이 이루어지다니 꿈만 같은 일이다. 아직 부족한 글임에도 정성스럽게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우연이 우연을 만나 인연이 된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내가 앱 크리틱 탐구로 밀리의 서재를 택하지 않았다면, 내가 페이스북에서 밀리의 서재팀의 브런치를 알지 못했다면, 밀리의 서재팀에서 내 글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이런 인연이 생길 수 있었을까. 우연을 우연에 그치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자신을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인연을 만들어가야 한다. 나는 브런치에서의 인연을 필담을 주고받는 만남이라 말하고 싶다. 한 사람의 리뷰더라도 소중하게 여기는 밀리의 서재 플랫폼팀에 이런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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