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운 넘치게 만드는 사람들
다섯 사람으로 알아보는 나의 모습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군중 속에 있기보다 홀로 있는 것이 편한 유형의 사람. 아무리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2시간, 3시간을 넘어가면 쉽게 피로해지고 만다. 모순적이게도 낯선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좋아한다.
'독서 습관을 기르는 법'에 관한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날 우리는 좋아하는 장르, 책을 고르는 법, 책을 읽는 법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얘기는 독서에서 자연스레 미래의 커리어로 주제가 넘어갔는데, 사업가이셨던 분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평균 나이가 몇 살인지 아세요? 40살이에요. 30살이 넘어가면 커리어를 바꾸는데 늦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40살 이전이라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젊은 나이입니다."
사람들과 오래 대화하고 나면 피곤한 채로 집에 돌아가던 평소와 달리 그날은 기쁨을 감출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넘쳤다. 그때 깨달았다. 나와 같은 생각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과 있을 때 '살아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나를 구성하는 많은 부분은 사실 주변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지금까지도 옷깃에 물기가 스며들듯 그들의 좋은 면을 본받으려 하고 있다.
고등학교 친구 K
이 주제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가장 처음으로 떠올리는 친구 K. 만날 때마다 올곧은 생각과 실천하는 태도에 늘 존경해 마지않는다. 그는 전부터 도시와 농촌을 이을 수 있는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을 했었다. 올해 다니고 있던 직장을 나오고 정부지원사업을 받아 사업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사업은 내게 먼 길이라 생각했는데 그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나 또한 언젠가 사업을 해야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생각과 행동을 일치하는 삶을 살고 있는 그를 보며 나 또한 생각에만 머물지 않도록 실천하려 노력한다.
밥팸
대학교 때 점심을 같이 먹는 멤버들이라 해서 단톡방 이름을 '밥팸'이라 지었다. 이제는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됐으니 직장인팸으로 바꿔야 하지 않냐고 우스게 소리로 얘기하지만, 딱히 다른 이름으로 부를 일이 없어 지금도 '밥팸'이라고 그대로 쓰고 있다. 가벼운 주제부터 무거운 주제까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들이다.
한 번은 장애인을 일반학교에 보내는 것에 대한 논쟁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이상적으로만 생각해 평등하게 장애인에게도 권리를 줘야 한다고 했었다. 초등학교 상담교사였던 한 친구는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문제라면서 경험담을 얘기했는데, 덕분에 내가 얼마나 이상에만 심취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옳고 그름을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한달커뮤니티 사람들
늘 감사하고 고마워해야 할 사람들이다. 한번도 오프라인에서 만나본 적 없지만 글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좋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내 삶의 가장 큰 전환점이기도 하기에 더욱 애정이 가는 분들이다. 3월 초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서 한달을 시작했고, 그 결과로 나를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었다.
잔뜩 움츠려 들었던 내게 잘하고 있다고, 멋있다고 스스럼없이 응원해주는 한달 멤버분들 덕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브런치의 시작을 한달과 함께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페이스메이커로서 같이 달리는 사람과 페이스를 맞춰 서로를 돕고 응원하는 자세를 배웠다.
직장동료들
지금 다니는 직장의 동료분들은 끝내주게 멋있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이다. '회사는 돈 벌러 다니는 거야'라는 직장인들 사이의 흔한 얘기가 무색할 만큼 파이팅이 넘치는 사람들이 많다. 사업이나 업무와 관련된 좋은 아티클이 있으면 공유하고 이 사업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한다. 니 할 일 내 할 일을 구분하며 수동적으로만 일을 하던 다른 곳들과 달랐다. 재밌어 보이면 하자 하고 그 자리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렇게 해서 빠르게 개발이 이뤄지는 걸 보고 속으로 놀라기도 하고 그 속도에 따라가지 못할까 걱정되기도 한다. 내가 맡은 일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해야 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감도 무겁게 느껴진다. 그러나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싫지 않다. 오히려 제대로 전념한다면 많이 성장할 거라 믿는다.
글쓰기 모임 멤버들
커뮤니티에서 만난 분들 중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만남을 이어가는 멤버들이다. 처음엔 출판에 관한 얘기로 시작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브런치 매거진으로 같이 글을 쓰면 어떨까 얘기가 나와 지금까지 쭉 이어져오고 있다. 사실 이미 '자기발견'으로 나와 관련된 글을 썼기 때문에 나다움을 주제로 글을 쓸 때 비슷한 글을 쓰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었다. 그러나 2주마다 하고 싶은 주제를 얘기하고 투표를 통해 정하면서, 자기발견과 또 다른 느낌의 글들이 나올 수 있었다. 자기와 관련된 주제는 무궁무진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전부터 글을 써왔던 분들이라 잘 다듬어지고 매끄러운 문장을 볼 때마다 내 글이 투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며 문체를 바꿔보기도 하고 좀 더 다듬어보려 한다. 같은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이 모임의 묘미 중 하나다. 언젠가 이 매거진이 어느 정도 충분한 양이 모이면 책으로 출판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나의 첫 작품은 이 책이 될 수도 있겠다.
다른 장소, 다른 시간대에서 만난 사람들이지만 이것 하나만은 공통점이 있다. 각자의 일과 삶에 대해 고민하고 미래를 향하는 자세. 이것은 내가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