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화수요자 Jul 17. 2020

MBTI 대신 나를 알아보는 방법

다섯 사람으로 알아보는 나의 모습

내 주변 다섯 사람을 평균 내면 그게 나


어디서 들었더라? 출처를 정확하게 기억 못 하다가 배달의 민족 장인성 이사의 책, '마케터의 일'을 필사하며 다시 발견했다. '그래 가장 가까운 다섯 사람이 날 보여주는데 그게 누굴까?' 갑자기 고르려니 심란해졌다. 글쓰기 모임 주제로 아이디어를 내놓고도 스스로 정리하기 어렵다.

마케터의 일, 장인성 지음


114 페이지에 적힌 문장

책 속 문맥을 빌리자면 학생 주변은 학생, 신입사원 주변엔 신입사원, 사장님 주변엔 사장님이란 의미다. 가끔 생각해봤는데 내 주변엔 평범한 직장인이 대다수고 나도 그중 하나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끝내려니 아쉽다?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MBTI 테스트 못지않게 주변 다섯 사람을 꼼꼼히 분석해보자. 모임도 포함시켜 본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당신들의 모습을 빌려 나를 찾아본다.



1. 반대인 게 많은 남자 친구

남자 친구와 나는 여러 면에서 반대다. 정치관, 종교관부터 시작해서 대부분의 가치관이 반대다. 그중 대표적으로 반대인 게 관심사다. 나는 줄곧 문화, 콘텐츠, 예술 등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가치재에만 관심을 가졌다. 경제 문맹과도 다름없는 나였기에 경제, 부동산 등 실물 경제에 빠싹한 남친은 나의 무지에 놀랐다. (물론 남친도 내 관심사 분야는 거의 모른다.) 최근엔 내가 너무 모르는 거 같아 경제 기사, 관련 도서를 읽으며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점점 내 귀에 아는 단어가 들리며 재미마저 붙었다. 잘하면 남친보다 더 잘 알 수도 있겠단 생각에 자신감이 생긴다.


=> 나는 경제 문맹일 정도로 몰랐지만 필요하면 배우고 익히는 사람이다.



2. 뭐든 다 내 편이 되는 찰리 패밀리(영어 스터디)

2016년부터 지금까지 가족처럼 지내는 영어 스터디, 찰리 패밀리. 코로나 때문에 스터디를 안 한 지 오래지만 카톡으로 매일 대화한 건 4년이 넘었다. 각자 일하는 분야, 출신, 나이도 다 다른데 공통적으로 '선'을 지킨다. '이건 정말 아니잖아?'라고 할 때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상식선이 유사하다. 그래서 항상 이 방에 고민이 올라온다. '뭐든 말해, 정말 어긋나는 게 아닌 이상 네 편이야'라는 규칙이 있다. 영 아니다 싶은 행동은 누구 한 명이라도 잘못을 짚어주고 그렇게 '사람다움'을 서로의 말로 유지한다. 우린 동조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서울에 와서 생면부지로 만났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 덕에 서울 생활이 즐겁다.


=> 무조건적인 사랑보다 간언 해주는 사람들이 더 좋다.



3. 외국에서 살다 온 사촌

나와 주변이 영 다른 사람을 보면 특히 날 더 잘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유학 다녀온 사촌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파티 문화를 들려주더니 대학 진학에 이어 이제 주변 사람들이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에 다닌단다. 해외는 여행만 가본 내 입장에서 재밌고 신기했다. 이제 둘 다 서울에 있어 한 번씩 만나는데 평소 핫플, 지역 문화에 관심 많은 내가 해설을 해주며 돌아다닌다. 이 골목의 분위기, 역사적 배경, 서울시 무슨 정책이 영향을 줬는지 등을 줄줄 말하면 사촌은 해박한 내 지식에 놀란다. 우린 다른 환경에서 다른 지식을 쌓으며 살아온 것이다. 어릴 땐 막연히 사촌의 해외 경험이 부러웠는데 사촌은 외로움과 한국에서의 생활을 등가 교환했다. 나는 토종 한국인으로 수능 치고, 대학, 직장생활까지 하며 외국인이 경험 못한 한국 생활을 한 것이다. 녀석 덕에 내 소중한 정체성을 감사히 여기게 됐다.


=> 난 오리지널 한국 사람이다.



4. 변함없는 고향 친구들

딱 한 명으로 정하기 어려운 고향 친구들. 주로 일대일로 연락하는 친구들인데 인스타나 SNS를 안 해 근황도 모르는 친구들이다. 조용히 사는 그 친구들에게 전화하면 '나야, 항상 똑같지~'하고 안부를 알려준다. 최근에 통화한 친구는 '서울이 재밌어? 나도 서울에서 지내봤지만 여기나 서울이나 사는 건 똑같아 보여. 정신없기만 하지'라고 했다. 20대였으면 몰랐을 텐데 30대가 되니 그 말이 수긍된다. 새로운 걸 도전하기 좋아하는 나는 스스로 많이 변했다고 느꼈는데 친구들과 연락하면 여전히 똑같다. 회사, 육아, 가족, 우정 등 고향의 정서로 얘기하다 보면 영락없는 '경주 사람'이다. 꺌꺌 거리며 한 시간 넘게 통화하고 나면 시원한 아메리카노 마시며 황리단길을 돌고 온 기분이다.


=> 서울에 10년째 살고 있는 경주 사람이다.



5. 도전하는 크리에이터들

올해 제일 큰 변화 중 하나가 크리에이터 클럽에 참여한 것이다. 한 시즌만 하고 그만두긴 했지만 아직까지 계속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사이드 모임(크클링)이라 볼 수 있는데 정규모임보다 더 길게 활동하는 중이다. 작업하는 모임과 글쓰기 모임 두 가지! 작업 모임은 각자 목표를 두고 격주 일요일마다 모여 작업하는 모임이다.(7월은 보류 중) 리더였던 분은 책을 냈고, 나머지는 앱 개발, 유튜브 촬영, 일기 쓰기 등을 진행 중이다. 글쓰기 모임에서는 '나다움'을 주제로 7명이 돌아가며 쓴다. 똑같은 주제를 놓고도 각자의 경험이 다 다르다. 두 모임의 공통점은 멤버들이 꾸준히 무언갈 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인 점이다.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에너자이저가 된 것 같다. 주변 다섯 사람뿐 아니라 내가 속한 조직도 나를 보여준다는 말을 들어봤는데 이들과 함께 있을 때 평소보다 특별해진 기분이다.


=> 자신을 믿고 새로운 걸 만드는 원 오브 크리에이터다.



이직을 위해 이력서를 고치고 자소서를 쓰다 보면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떠오른다. 분명한 잣대가 없어서 일기부터 시작해 내 과거를 뒤적였는데 이렇게 주변 사람만 참고해도 객관적으로 날 바라볼 수 있다. 작성하는데 오래 걸렸지만 곰곰이 생각하며 쓰니 그들의 존재가 참 감사하다. 앞으로도 내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계속 서 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로빈슨 크루소도 친구가 필요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