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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Aug 16. 2020

1분 동안 폰 보지 말고 쓰세요

내가 많이 쓰는 어플로 보는 나

실무 경험을 해보고자 신청했던 부트캠프에서 멘토와의 첫 세션에서였다. 난데없이 폰을 보지 말고 1분 동안 떠오르는 어플 10가지를 써보라는 말에 정신없이 썼었다. 10가지 채우기가 어려울줄이야. 폰에 설치된 어플만 수십 개인데 막상 떠오르는 건 3~4개 정도 충격이었다. 모두가 다 쓰고 나자 멘토님은 질문의 의도를 밝혔다. 아무 정보가 없을 때 머릿속에 가장 처음 떠오르는 어플은 그만큼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기에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부터 소개할 어플들은 폰을 보지 않고 떠오르는 순으로 정리한 것임을 밝힌다.


1. 카카오톡

카카오톡을 처음 접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2013년 1월 수시합격생들 대상으로 pre start program에 참여했었다.  같은 조였던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손 쥐었던 반면, 나는 여전히 폴더폰을 들고 있었다. 다들 문자메시지가 아닌 카카오톡이란 어플로 단톡방을 만들고 얘기한단다. 폴더폰으론 카카오톡을 이용할 수 없으니, 조장이 매번 따로 내게 공지를 해야 했고 그 속에 끼이지 못한 나는 소외감을 느꼈다.


스마트폰 없이도 카카오톡을 쓰고야 말겠다는 집요한 탐색 끝에 '블루스택'이라는 안드로이드 애뮬레이터를 만났다. 블루스택으로 어플을 깔고 단톡방에 입성했을 때 기억이란.. 내 이름이 이제 단톡방에 보이는 게 참 신기했었다. 스마트폰을 사고 나서도 가장 먼저 설치했던 어플이 카카오톡이었다. 문자나 전화보다도 연락하기 편한 카톡. 소통이 빨라진 만큼 조금의 지체도 '왜 답이 없지'하며 인내심이 약해진다는 명암이 공존 하지만, 일상레야  수 없는 메신저이지 않나 싶다.


2. 브런치

브런치를 쓰는 사람들은 알 거다. 브런치를 블로그라고 칭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괜속상해진다는 것을. 브런치를 잘 모르는 분들에겐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나에겐 브런치는 브런치지, 블로그와 거리가 멀다. 책방, 서랍, 작품 등의 단어에서 느껴지는 아날로그적 감성은 다른 블로그에선 찾아볼 수 없는 브런치만의 독특한 특성이랄까. 그래서인지 브런치에선 가벼운 글보다는 내 속의 깊은 감정까지 끌어내는 글을 담고 싶었다.


UX글을 쓰는 데도 도움을 받았다. 브런치는 다른 곳보다 디자이너의 글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시간 날 때마다 계속 읽다 보니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어느 정도 볼 줄 알게 됐다. 직장생활, 커리어, 자기계발 등에도 관심이 많은 주제인데 일을 하면서 고민이 있을 때마다 브런치에서 찾아보며 영감을 많이 받았다. 종합해보면 브런치는 글쟁이들을 위한 작업공간이자 스스로 답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다이어리와 같다고 생각한다.

 

3. 카카오맵

폰을 바꿨을 때 필수로 깔아야 하는 어플 중에 하나는 지도앱이다. 지도앱이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한번은 쓸데없는 호기심에 '휴대폰 전원 켤 때 잠금' 설정을 한 적이 있었다. 아무런 변화도 없길래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고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문제의 당일, 무슨 의도로 휴대폰을 껐는지 모르지만 재실행하고 나잠금설정 화면이 나왔고 번호를 모르는 나는 망했다 싶었다.


서비스센터에 가서 해제하면 됐지만 문제는 그 위치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폰이 없었을 땐 어떻게 길을 찾았는지 가물가물했다. 프린터기도 없었던 지라 PC에서 눈대중으로 지도를 확인하고 거라에 찾아 나섰다. 일부로 역 주변을 골랐는데 길에 나오고 보니 역에서 얼마큼 먼 거리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역 출구 주변을 왔다 갔다 하기를 1시간을 넘기자 도무지 안 되겠다 해서 눈물을 머금고 초기화를 눌렀다. 그렇게 사진과 이전 연락처를 비롯한 대부분의 정보가 날아가버렸다. 지도앱의 중요성을 알게 된 아주 아주 고마운 계기였다.


지도앱을 특별한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바로 맛집 검색이다. 보통은 네이버 검색이나 인스타 태그를 많이 찾는데 텍스트와 사진을 꼼꼼히 보는 게 귀찮다고 해야 할까. 약속장소가 정해지면 그 장소에 핀을 꽂고 음식점, 카페가 보일 만큼 확대해서 거리와 별점/리뷰수를 보며 판단한다. 좀 더 탐색하면 사진 정도. 한 번에 5~6개 정도 즐겨찾기를 해놓고 나면 웬만해선 실패하는 경우가 잘 없기 때문에 식당 고르기 참 좋다. 리뷰 보려면 블로그를 한 번 거쳐 가야 하는 네이버지도 대신 가게를 누르면 리뷰가 딱 보이는 카카오맵을 주로 이용한다. 길치인 나의 필수템이자 맛집 가이드라인인 카카오맵, 오늘도 밖을 나서자마자 켜놓고 간다.


4. 인스타그램

SNS지만 철저히 비공계로 이용하는 어플이다. 처음엔 혼자만 보는 기록용으로 이용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회사를 다니면서 친해진 분들과도 서로 맞팔을 하게 됐다. 처음 30일 동안 글쓰기 모임을 참여했을 때 씀 어플에 적은 글을 캡처해 올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마케팅 관련 계정을 팔로우하며 트렌드를 공부하고 있고, 우리 서비스를 태그로 팔로우해서 대중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이용하는지 본다. 스타그램은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는데 유용한 창구다.


5. 페이스북

직무와 관련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을 시점에 나는 브런치에 올리던 글들을 더 많은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아무 곳에나 보여주는 건 별로였다. 나는 내 글에 관심 있을 사람들이 있는 곳에 올리기로 했다. 그곳이 페이스북이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오래 전 '페이스북에 글 올리는 게 의미 없어서 탈퇴했어'라고 말하던 기숙사 룸메 말에 따라서 계정을 지워버렸던 나였다.


6년이 지난 사이 페이스북은 친구, 지인 소식을 듣는 곳에서 뉴스나 정보 공유를 위한 곳으로 변해 있었다.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과 마찬가지로 비공개로 쓰다, UX 관련 그룹 페이지를 발견했고 거기서 브런치 글을 하나씩 올렸다. 올리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싶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일면식 없는 사람들이 글을 읽고 친구 추가를 요청했고 어느새 비슷한 직종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곳이 되었다. 여기서 만난 인연으로 오프라인에서도 만나기도 한다.


1분 동안 폰을 보지 말고 떠오르는 대로 쓰세요


평소에는 익숙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어플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누군가 '지금 폰에 깔려 있는 어플들을 써보세요'라고 했을 때 비로소 일상에 파고들어온 서비스가 무엇인지 지각하게 된다. 그것이 자신의 삶을 풍족하게도 반대로 소진되게 하기도 할 것이다. 당신의 폰에 늘 켜져 있는 어플은 무엇인가. 깔기만 하고 어디에 있는지 조차 모르는 어플은 무엇인가. 물음에 답하면서 자신이 중요시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자, 이제부터 1분 동안 폰을 보지 말고 떠오르는 어플들을 하나씩 써보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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