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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Oct 01. 2020

다시 선택한다면 그때도 같은 길을 걸을 것인가

3개월의 인턴경험이 내게 준 것

이제 다시는 어떤 가르침도 받지 말아야지. 나 자신한테서 배울 것이며, 나 자신의 제자가 될 것이며 나 자신을 싯다르타라는 비밀을 알아내야지.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입사 소식을 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퇴사 소식을 꺼내게 되어 조심스럽다. 내후년에야 이 얘기를 적으려 했는데 아무래도 매듭을 제대로 짓고 싶어 툴툴 털어내는 마음으로 글을 쓰려한다.




합격 소식을 알리는 글을 쓴 날, 다른 회사로부터 입사 제의를 받았다. 정규직이 아닌 전환형 인턴이었다. 처음엔 입사일자가 확정된 뒤라 거절하는 메일을 보내려 했다. 막상 메일을 작성하니 쉽사리 회신을 누르기 어려웠다.


'정규직도 아니고 전환될지 알 수도 없는 인턴을 또 한다고?' 회사를 옮겨 다니는 건 이제 그만하고 한 곳에서 오랫동안 일을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왜 망설이고 있었던 걸까. 입사를 포기하던지 거절하던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 간단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택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대한 결정이 될 것이란 걸 직감했다. 며칠을 머리를 싸매며 고민했다. 기한은 다가왔고 나는 어떤 선택이 옳은 결정인지 알 수 없었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가 걸리고, 다른 하나를 선택하면 또 다른 하나가 마음에 걸리는 식이었다. 멘토님이 없었다면 아마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자소서 멘토링에서 만났던 분과 멘토님을 오랜만에 만나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나는 근황을 얘기하는 자리에서 한 달 동안 글쓰기를 하면서 정립한 가치관에 대해 했고, 멘토님은 꽃비내린이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건 처음 본다며 흥미롭게 들으셨다. 합격 소식을 전하고 나서 대수롭지 않게 다른 입사 제의도 받았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멘토님의 표정이 굳어졌다. '네가 입사 제의 얘기를 안 꺼냈으면 축하하려고 했는데 만류하고 싶다. 내 생각엔 꽃비내린이 말한 가치관이라면 거기가 더 잘 맞을 것 같다.'


왜 그렇게 미련을 못 버렸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글 속에서 닳도록 얘기했던 가치관을 중요한 순간에 잊어버리고 말았을까. 그날 돌아가는 길에 입사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장의 안정보다 하고 싶은 일에 뛰어드는 것 즉 내가 정의 내렸던 '진정성'을 따르기로 결심다. 만약 전환이 되지 않더라도 이 회사를 나왔을 때 얻은 것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시 회사 밖으로 나온 지금 전보다 달라진 태도를 체감하고 있다. 책을 읽고 실무자의 입을 통해 들은 기획일은 해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빠른 속도감에 따라잡지 못할까 압박을 받으면서, 회사에서 기대하는 역할과 내가 낼 수 있는 역량 사이의 갭을 매번 체감했다. 좀 더 일찍 일을 해볼 걸. 여기 오기 전에 처음부터 끝까지 서비스를 만들어보는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면 마지막 동료 피드백에서 처음 받았던 피드백과 달리 많이 성장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는 점이랄까.


이 회사에서 배운 건 기술이나 지식이 아니라 태도와 마음가짐이었다. 첫째, 모호한 것을 받아들이기. 둘째,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기.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공유하기가 있겠다. 모든 게 새로운 것일 수밖에 없는 스타트업에선 레퍼런스 없이 직접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허다하다. 그럴 때일수록 주저하기보다 받아들이고 빨리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의 결정이 최종이 아니라 계속해서 수정해나가야 할 것이란 걸 이해하면서 실행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졌다.


이런 도전적인 일들을 혼자 헤쳐나가기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일에 조금이라도 먼저 해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찾아가 방법을 묻고, 일을 하는 중간에 어려움이 있다면 다수의 지혜를 빌리는 것이다. 혼자 모든 걸 안고 가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지막으로 의견을 얘기하기 전에 그렇게 생각하게 된 배경을 충분히 설명해줘야 하는 것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은 바로 중간중간에 찾은 자료나 데이터 등을 미리 공유하는 것이 있다. 뜬금없이 이렇게 하자고 말하는 것보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이런 의견을 제안드려요' 하는 편이 거부감이 덜하고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이 세 가지는 어느 회사를 가더라도 도움될만한 것들이라 생각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더 늦기 전에 기획일을 하게 되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다음 행선지는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예전과 다른 자세로 임하게 될 거란 건 확신한다. 이제 3개월 전으로 돌아가 보자.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그때도 같은 길을 갈 것인가? 그에 대한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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