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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Oct 08. 2020

작품의 가치는 예술가의 삶과 신념에서 온다

장 미쉘 바스키아 전: 거리, 영웅, 예술을 보고서


르네상스, 바로크, 큐비즘과 같은 그 시대의 작품을 모은 전시도 재밌지만, 한 예술가의 삶을 다룬 전시도 흥미롭다. 서울에 올라오고부터 전시회를 다녔으니 이제 3년 반을 넘었다. 아직 좁은 식견이지만 시대상과 연결 지어 작품을 보고 감상할 줄 알게 된 것 같다.


아이의 낙서 같은 그림들이 왜 높은 평가를 받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이번에 방문한 전시 <장 미쉘 바스키아 전: 거리, 영웅, 예술>을 보고 이해하게 되었다. 작품의 가치는 작품 그 자체보단 작품으로 녹여낸 예술가의 삶과 신념에 대한 공감으로부터 온다. 


전시에서 처음 마주하는 작품은 바로 바스키아가 친구 디아즈와 함께 거리에 'SAMO'라는 그래비티를 남긴 사진들이다. SAMO란 'Same Old Shit'의 약자로 변함없이 오래된 것이란 뜻을 가졌다. 그는 SAMO 옆에 항상 ⓒ를 넣었는데 '저작권 표시를 나타내는 이 기호가 쿨해보여서'가 이유였다. 단순하지만 그의 자유롭고 반항적인 모습을 잘 나타낸다.


설명을 듣지 않고 길거리에서 그 그래피티를 봤다면 웬 낙서냐며 눈살을 찌푸렸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래피티가 작품으로서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는 그가 유색인종을 차별했던 시대상을 작품 속에서 꾸준히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아무렇게나 휘갈긴 듯한 글자와 이미지는 작품을 전개할 때마다 반복되며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할 땐 하나만 보기보다 여러 작품을 같이 감상하는 것이 좋다.


그의 작품에서 눈에 띄는 이미지는 왕관과 그리스도 작품에 나오는 후광이다. 바스키아는 유색인종 차별에도 불구하고 주류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가수, 운동선수를 존경하며 작품에도 그들을 표현했다. 그들을 상징하는 단어와 왕관이 나란히 배치된 작품에서 영웅(hero)에 대한 그의 존경심을 엿볼 수 있다. 또 다른 이미지로 해골과 뼈가 있다. 그는 7살 때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는데, 큰 수술을 받고 난 후 해부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영향을 받아선지 신체 조직과 뼈 이미지도 작품 속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작품은 예술가를 빼놓으면 낙서에 불과하다. 그가 살아온 시대와 배경 그리고 그가 만난 사람과 경험에서 작품을 바라봐야 한다. 바스키아는 담배를 사기 위해 몇 센트에 팔아넘긴 작품을, 누군가 몇천 달러에 구한다는 사실에 '웃기는 일'이라며 자기 작품을 12달러에 지불할 사람이 누구인지 찾고자 했다. 이 일화를 읽으며 과연 그 다운 말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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