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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Oct 31. 2020

심리학도로서 바라보는 서비스기획

피그마와 개발 블로그를 보며 든 생각 정리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의례 전공이 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심리학이요" 라고 말하는 순간 그 뒤에 따라올 질문 또한 너무나 예상이 가능했다. 우스개 소리로 심리학 전공자는 상대방을 보면 속마음을 파악할 줄 안다고 얘기한다. 심리학에 대한 오해가 많다 보니(아직도 혈액형별 유형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심리학도로서 바로 잡고 싶은 책임(?)을 가지고 '심리학이란 무엇을 하는 학문인지'에 대해 설명하곤 했다.


4년 간 심리학을 배우면서 내가 내린 정의는 바로 이거다. "심리학이란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다짜고짜 앞에 사람을 앉혀놓고 '이 사람의 마음을 해석해보시오' 해봤자 아무런 해답을 줄 수 없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선 사람과 사람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이해하는 방법에 따라 심리학은 여러 갈래로 나뉘게 된다. 가령 그 사람의 말과 표정을 통해서 내면을 파악하는 학문은 상담심리이다. 착시효과나 색채 구분과 같이 눈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학문은 지각심리이다. 마음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만 연구하는 학문은 행동심리이다. 뇌파검사가 가능해지면서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해석하는 학문은 신경심리이다. 


한 가지 관점만 가졌을 땐 대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때로는 겹치지 않은 영역으로 인해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관점이 하나둘씩 늘어날수록 대상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심리학은 그래서 어떤 것이 원인이라고 쉽게 단정하지 않는다.


심리학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나는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때 그 분야의 사람들이 쓰는 언어에 관심을 가지곤 한다. 처음엔 난해하지만 무작정 읽어보고 궁금한 부분은 검색해가다 보면 왜 이런 관점에서 일을 하는지 절로 이해하게 된다. 아래에 소개된 에드워드 박의 블로그는 개발자가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세세하게 정리해둔 점에서 인상 깊었다.


피그마 디자인을 개발자들은 어떻게 보고 코드로 구현할까. 이 관점을 이해하면 피그마를 다룰 때 개발 친화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을 듯하다. 관련된 글에서 다루는 피그마의 여러 기능들을 보며 '내가 이제까지 피그마를 그림판 수준으로 다뤘었구나' 하며 반성했다.


흥미로운 분야이면 무작정 배워보던 이전엔 디자인이면 디자인, 개발이면 개발 이런 식으로 공부하면서 두 영역이 완전히 분리된 것처럼 생각했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서로 어떻게 이해하고 소통하는지에 대해선 소홀히 했던 것 같다. 심리학의 다양한 관점들이 중첩되어 현상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하게 된 것처럼 앞으로는 내 기획안이 디자이너의 눈에, 개발자의 눈에 어떻게 읽히는지를 염두하고 만들어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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