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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내린 Nov 28. 2020

호두과자

오늘같이 대화가 그리운 날

 햇살이 쨍한 맑은 하늘과 반대로 찬 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에 몸을 떨며 역 입구로 발을 재촉했다. 작은 포장마차 앞에 선 노인과 호두과자를 열심히 뒤적이는 사내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나치며 곁눈질로 보니 노인은 천 원짜리 세 장을 한 손에 쥐고 사내에게 건네고 있었다. '호두과자. 오랜만에 보네' 그냥 갈까 생각하다 '에이'하며 돌아섰다.

다행히 요즘 포장마차에는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도 살 수 있게 계좌번호를 붙여놓고 있다.

"호두과자 3천 원 치로 주세요"
내가 말하자 사내는 나를 흘낏 보더니 뭐라 웅얼거렸다. 잘 들리지 않아 '네?'하고 되묻자 그는 "3천 원 치로 주려면 8분 더 기다려야 돼요" 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2천 원 치로 드릴 테니 2천 원만 주세요"
나는 2천 원 치를 카카오페이로 계산했다. 그는 '결제했어요'라는 말에도 굳이 확인하지 않고 묵묵히 반죽을 틀에다 부었다.

땅콩과자를 한구석으로 모으더니 종이백에 한 번, 두 번 퍼담았다. "이건 오래 기다리셔서 드리는 거예요" 하며 노인에게 말했다. 내가 오기 전부터 오래 기다렸나 보다. 노인은 기다리기 지루했는지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이 일대에는 제약회사가 어찌나 많은지 모르겠어요"
그는 잠깐 생각이 잠긴 듯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여기 큰길에 원래 두 회사가 있었는데 둘 다 이사 가고 나서 상권이 많이 죽었어요."

동문서답의 얘기였지만 나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냄새가 나는 골목 이야기였다. 온라인으로 뭐든 살 수 있는 시대에 밖에서 사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산다 해도 가까운 편의점이나 마트 정도이다. 그마저도 물건을 카운터에 올리면 계산을 하고 값을 치르고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도의 형식적인 인사로 이뤄진다.

가게 주인과 손님으로서 대화다운 대화를 해본 게 얼마만인가. 사람이 지켜보는 게 부담스럽다, 말 거는 게 싫다 라는 말로 우리는 점점 서로를 일정 거리에 둔다. 도시에는 사람 무리로 가득 차도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노인에게 주고 난 나머지 호두과자를 쓸어 담으며 '한 개 더 드려요' 하며 종이백을 건넸다. 두 손으로 받은 종이백은 참으로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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